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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너의 ‘재벌개혁’ 나의 ‘재벌개혁’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여야가 재벌개혁으로 입을 맞췄습니다. 오랜 만에 한 목소리를 냈으니 반가워 해야 할 일이겠죠.

지난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벌개혁’을 강조했습니다. 김 대표 입에서 재벌개혁이 나온 건 처음입니다. 롯데가(家)의 경영권 승계 다툼을 거론했습니다. 재벌들의 다툼과 갈등이 많은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노동개혁뿐 아니라 재벌개혁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벌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던 야당은 쌍수를 들고 환영합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뒤이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감동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정기국회에선 재벌개혁 성과를 보자고도 했습니다. 일견 보기에 화기애애한 화답 같습니다. 이렇게 여야가 손을 맞잡고 달리면 될까요.

‘말 끝나기 무섭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재벌개혁’이란 단어는 변함 없는데 마치 여야가 다른 국어사전을 들고 있는 듯합니다. 재벌개혁은 ‘여당의 재벌개혁’, ‘야당의 재벌개혁’으로 나뉘었습니다. 재벌들의 행위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건 같은데, 상대 당의 재벌개혁은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국정감사의 증인ㆍ참고인 채택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야당은 경영권 분쟁을 겪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땅콩회항’에 연루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사태와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이번 국감의 증인으로 출석하게 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습니다. 최근 대기업이 사회와 경제에 미친 악영향을 확실히 따져 묻겠다는 것입니다.

여당은 다수의 재벌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건 정부ㆍ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국감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올 하반기 경제 살리기가 화두인데, 기업인 활동이 위축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해악이 될까 조심스럽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는 서로 재벌개혁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합니다. 여야가 재벌개혁에 입을 맞췄지만, 거기까지였던 듯합니다. 또다시 정쟁(政爭)입니다.

정쟁이 반복되는 사이, 여당이 중시한 경제 살리기도, 야당이 강조한 진상 규명도 난항을 겪을 조짐입니다. 재계는 국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강 잡기에 나섰다고 성토합니다. 다들 목소리는 높은데 접점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국민은 또 지겨워해야 할까요?

재벌개혁의 목표는 여당이 지적하는 대기업 죽이기도 아니며, 그렇다고 야당이 성토하는 재벌 비호도 아닙니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경제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에 있습니다. 너와 나의 재벌개혁이 가진 공통분모입니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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