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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새누리당의 포털 길들이기(?)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새누리당이 양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이 제공하는 뉴스 콘텐츠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이들 업체 대표를 국정감사에 출석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이 국정감사를 이용해 ‘포털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논란이 예상됩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여의도연구원의 포털 분석 보고서와 관련 “포털이 우리 사회, 특히 젊은층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데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잘못 됐다”며 “이는 시정돼야 한다.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네이버와 다음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럴 수도 있다”고 밝혀 논란을 예고했습니다.

여의도연구원은 전날 포털에 노출된 뉴스 콘텐츠에 편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형우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등이 연구진으로 참여한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 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는 네이버와 다음에 대해 “중립적 기사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긍정적 콘텐츠보다는 부정적 콘텐츠의 수가 더 많으며 표현하는 방식 역시 이슈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콘텐츠가 더 많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포털별 부정적 표현 및 당 대표 언급 비교 이슈’ 항목에서 “네이버와 다음 모두 청와대, 정부에 대해 부정적 표현을 사용한 콘텐츠를 긍정적 표현을 사용한 콘텐츠에 비해 더 많이 노출시킨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당 대표에 대한 언급의 경우 네이버, 다음 모두에서 김무성 대표보다는 문재인 대표가 더 많이 언급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 내용에 대해 보고서가 과연 중립적 스탠스에서 작성된 것인지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양당 대표가 언급된 횟수마저도 단순 비교하면서 ‘기계적 균형’을 강조하는 대목은 이 보고서의 균형추가 집권ㆍ여당에 기울었다는 증거로 보입니다.

보고서가 제시한 ‘중립적’, ‘긍정적’, ‘부정적’이란 가치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는냐에 대해서도 모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보고서는 콘텐츠 특징을 나누는 기준으로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 인물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슈로 긍정(업적, 미담, 성과 등), 부정(사건, 사고 등) 중립(현상)으로 구분한다”고 제시했습니다. 또 표현 성향에 대해서는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이슈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긍정 서술, 부정 서술, 중립 서술로 구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정 기사가 긍정적 혹은 부정적이라는 가치판단을 기사의 소재로 정한다는 것 자체가 편의주의적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또 서술이 긍적적이냐 부정적이냐는 가치 판단은 어디까지나 주관적ㆍ자의적 영역입니다.

이같은 잣대에 따라 보고서는 “(포털 뉴스의) 주요 특징은 중립적 기사를 제외하고 본다면 부정적 기사가 긍정적 기사의 약 10배를 차지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네이버와 다음 모두 새누리당과 정부 관련 콘텐츠에 부정적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중립성’이 의심스러운 연구 결과로 포털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더구나 국정감사 증인출석을 운운하는 모습은 집권당의 ‘갑질’이자 ‘횡포’로까지 비칠 우려가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뉴미디어의 여론 형성에서 열세인 새누리당의 초조함이 드러난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총선을 앞둔 포털 길들이기”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문재인 대표의 등장 빈도가 김무성 대표보다 높다는 것을 편향성의 근거로 드는 것은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며 “공영 방송과 종편을 장악한 박근혜 정권이 이제는 포털마저 손아귀에 넣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결론에서 “포털 뉴스에 대한 우려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응방안은 역설적으로 자율규제의 정상화”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율규제‘ 운운하면서 국감 등을 통해 포털을 바로잡겠다는 새누리당의 모습에서 손에는 ‘매’를 든 채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섬뜩한 모습마저 연상됩니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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