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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천지가 햐얀 메밀꽃…소설이 된 마을
[봉평ㆍ평창=이윤미 기자 글ㆍ사진] 처서가 지난 햇살은 한여름의 기세와는 또 다른 쨍쨍함이 있다. 따가운 햇빛에 둔덕이라도 오르려 치면 땀이 어느 새 송글송글 맺힌다. 메밀꽃은 그런 날카로운 햇살을 받고서야 비로소 하얀 꽃을 벌려 여름의 끝자락을 장식한다. 땅의 더운 숨을 들이쉰 마지막 꽃, 더운 욕망이 그리움으로 가라앉는 계절의 경계에 하얀 메밀꽃이 핀다. 

“지역 축제 중에는 ‘운동장 축제’가 많은데 ‘효석문화제’는 봉평 전체가 어디든 흥겹게 다니면서 문학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축제죠.” 봉평에서 나고 자란 해설사 최일선씨의 자랑이다. 아닌게 아니라 축제기간 봉평은 메밀꽃으로 하얗게 들뜨고 기념관과 체험공간이 모두 걸어 다닐 만한 적당한 거리에 있어 소설과 가을을 느끼기에 더 없이 좋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장돌뱅이 허생원은 이맘 때면 늘 봉평장을 찾았다. 이 장에서 저 장으로 떠도는 팍팍한 길 위의 삶이지만 칠팔십리 걸어낸 끝에 도달한 해질녘 마을의 풍경은 고단함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소설이 시작된 그 날, 봉평장은 애초부터 꼬였다. 파리만 날린 여름장, 벌여놓은 전을 일찌감치 거둬들인 그는 동이 녀석이 충주댁과 히히덕 거리는 꼴에 더 심사가 뒤틀린다. 더욱이 장터에 매어둔 나귀가 꼬맹이들에게 시달림을 당하자 그 자신도 나귀 같은 신세로 느껴져 서글퍼진다. 그런 헝클어진 마음은 어느새 어두워진 밤길에 걸린 부드러운 달빛과 산허리에 막 피기 시작한 하얀 메및꽃을 보자 아득해지고 달뜬다. 얼금뱅이로 한번도 제대로 여자를 후려보지 못한 그에게도 기괴한 인연 하나는 있다. 언젠가 장을 마감하고 든 객줏집, 후덥지근해 잠이 오지 않자 그는 한밤중에 일어나 개울가로 향했다. 개울가와 밭이 온통 막 피기 시작한 메밀꽃으로 하얀데 달빛마저 환해 그는 왠지 부끄러워 옷을 벗지못하고 방앗간 안으로 들어간다. 성서방네 처녀와의 생애 단 한번의 사랑, 하룻밤은 그렇게 됐다 . 

“지역 축제 중에는 ‘운동장 축제’가 많은데 ‘효석문화제’는 봉평 전체가 어디든 흥겹게 다니면서 문학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축제죠.” 봉평에서 나고 자란 해설사 최일선씨의 자랑이다. 아닌게 아니라 축제기간 봉평은 메밀꽃으로 하얗게 들뜨고 기념관과 체험공간이 모두 걸어 다닐 만한 적당한 거리에 있어 소설과 가을을 느끼기에 더 없이 좋다.”

봉평은 이맘 때면 메밀꽃이 지천이다. 이효석 문학제(9월4일~13일)가 열리는 것도 메밀꽃이 피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봉평 구석구석이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되는 셈이다. 동이가 허생원을 업고 건넌 개울가(흥정천), 성서방네 처녀와 정을 통한 물레방앗간,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 무대를 따라 조성한 ‘문학의 숲’, 이효석 문학관과 생가터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고 했던 교교한 밤의 마법을 사람들은 경험하고 싶어한다.

“지역 축제 중에는 ‘운동장 축제’가 많은데 ‘효석문화제’는 봉평 전체가 어디든 흥겹게 다니면서 문학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축제죠.” 봉평에서 나고 자란 해설사 최일선씨의 자랑이다. 아닌게 아니라 축제기간 봉평은 메밀꽃으로 하얗게 들뜨고 기념관과 체험공간이 모두 걸어 다닐 만한 적당한 거리에 있어 소설과 가을을 느끼기에 더 없이 좋다.”


▶소설이 된 메밀꽃 마을 봉평=봉평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효석 문학관은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볼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유품과 각종 초간본, 작품이 실렸던 잡지와 신문 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돼 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건 평양에 살던 집의 거실 풍경. 크리스마스 트리와 축음기, 피아노가 자리잡은 풍경은 그의 서구취향을 보여준다. 1907년생인 가산 이효석은 봉평에서 서당과 공립보통학교를 모두 다녔다.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대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가산은 1928년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모더니스트에 심미주의자였던 가산은 1932년 함경북도 경성의 농업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하면서 주을온천과 서구풍 카페 등을 다니면서 이국의 정취에 흠뻑 빠져든다. 4년 후 숭실전문대 교수로 취임하게 되자 그는 평양으로 이사한다.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이 발표된 때다. 이 시기 독특한 가산의 발자취를 담은 전시회도 문학관 한켠에 마련돼 있다. 1939년과 1940년 두 차례 만주와 하얼삔을 방문했던 기록 사진전이다. 당시 ‘아시아의 유럽’으로 불린 하얼빈과 만주국의 수도였던 신경(현 장훈)여행이다. 당시 하얼빈은 러시아 10월 혁명후 유럽을 떠난 예술가들로 넘쳐났다. 이들은 하얼빈에 서구적 예술을 꽃피웠는데 그 중 하나가 하얼빈 교향악단이었다. 여행 후 가산은 당시 서구의 고급문화를 조선화하려는 뜻을 장편 ‘벽공무한’과 단편 ‘하르빈’ 등을 통해 구현해낸다. 일찌기 고향을 떠난 그에게 고향은 작품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메밀꽃 필 무렵’ 외에도 ‘산협’, ‘개살구’, ‘고사리’, ‘들’, ‘산’ 등에는 고향의 풍경 뿐만 아니라 생활상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지역 축제 중에는 ‘운동장 축제’가 많은데 ‘효석문화제’는 봉평 전체가 어디든 흥겹게 다니면서 문학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축제죠.” 봉평에서 나고 자란 해설사 최일선씨의 자랑이다. 아닌게 아니라 축제기간 봉평은 메밀꽃으로 하얗게 들뜨고 기념관과 체험공간이 모두 걸어 다닐 만한 적당한 거리에 있어 소설과 가을을 느끼기에 더 없이 좋다.”

이효석이 태어난 곳은 지금 이효석 생가터가 조성된 곳에서 서쪽으로 700m 지점이다. 남안동 생가터는 1991년 문화마을 1호로 지정돼 그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물레방앗간이 조성돼 있다.

생가마을에 자리잡은 이효석생가는 전형적인 사랑채와 본채 등 초가 3채로 구성돼 있다. 봉평마을이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앞 마당에서 길로 나서면 꽃길이 조성돼 있고 물은 적지만 맑은 개울은 졸졸 소리만으로도 정겹다.

생가터 위쪽으로 100m 올라가면 가산이 살았던 평양집이 재현돼 있다. 1936년부터 1940년까지 살았던 평양집은 삼십평이 넘는 뜰에 붉은 벽돌로 담쟁이가 올라가 집 전체를 푸르게 장식해 ‘푸른집’으로 불렸다. 이곳에서 가산은 축음기로 음악을 듣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행복했지만 아내와 차남을 잃은 뒤 평양시 기림리로 다시 이사하게 된다.

“지역 축제 중에는 ‘운동장 축제’가 많은데 ‘효석문화제’는 봉평 전체가 어디든 흥겹게 다니면서 문학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축제죠.” 봉평에서 나고 자란 해설사 최일선씨의 자랑이다. 아닌게 아니라 축제기간 봉평은 메밀꽃으로 하얗게 들뜨고 기념관과 체험공간이 모두 걸어 다닐 만한 적당한 거리에 있어 소설과 가을을 느끼기에 더 없이 좋다.”

생가마을에서 자동차로 1Km 동쪽으로 가면 산등성이를 끼고 ‘이효석 문학의 숲’이 조성돼 있다. 숲길을 따라 ‘메밀꽃 필 무렵’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색색의 야생화가 가득한 길가, 바위와 판지 위에 소설의 글귀가 적혀 있어 소설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황토길을 다라 올라가면 장터와 시원한 샘물을 마실 수 있는 샘터가 나타난다. 돌함에 담겨 흘러내리는 샘물은 마른 속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여기서 얼마간 올라가면 충주댁이 나온다. 툇마루에 앉으면 소설 속 주인공과 어느새 이웃이 된다. 충주댁 뒷길로 접어들면 통나무 다리가 나오고 계곡이 이어진다. 이 곳은 한여름 주먹만한 반딧불이 나오는 곳이다. 그만큼 반딧불이 튼실하고 건강하다. 이어 야생화단지가 나오고 메밀밭과 물레방앗간이 길손을 맞는다. 문학의 숲은 최대한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곳 산등성이에 핀 메밀꽃은 평지에 핀 메밀꽃과 좀 다르다. 산, 하늘, 구름과 어울릴 때 메밀꽃은 제 자리를 찾은 느낌이 든다. 밤 하늘에 달이라도 걸리면 이내 숨이 가빠질 듯하다.

▶평창강변엔 백일홍잔치=봉평에서 경강로와 평창대로를 따라 내려오면 평창강변에 조성된 바위공원에도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바위공원은 5380여평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다. 2톤에서 최대 140톤에 이르는 123점의 수석들이 조화롭게 배치된 공원으로 평창군의 8개 읍면지도를 형상화했다. 평창강변에는 또 다른 꽃밭이 있다. 빨강, 노랑, 분홍 등 울긋불긋 원색을 뽐내는 백일홍 꽃밭이 화려한 비단처럼 펼쳐져 발길을 붙잡는다. 백일 동안 꽃이 피는 백일홍은 꽃색이 선명하고 곱고 꽃봉우리가 탐스러운 그야말로 꽃다운 꽃이다. 유럽의 한 풍경을 방불케하는 너른 백일홍 꽃밭은 평창군이 올해 처음 조성한 것으로 이효석문학제길에 볼거리를 보탰다. 평창강도 그냥 지나치기엔 아깝다. 오대산 남쪽에서 발원해 속사천이라는 이름으로 남서로 흐르다가 봉평면에서 흥정천과 합류해 평창강을 이룬다. 1급 수질의 대표적인 사행천으로 토속 어종이 집단 서식하고 있다. 낚시터가 곳곳에 있어 낚시를 즐기는 이들에겐 또 다른 즐거움이다. 평창강은 영월로 들어가 서강으로 흐르고 다시 동강과 합쳐져 한강에 닿는다.

이밖에도 쉬엄쉬엄 걷기 좋은 고랭길, 평창강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매화마을 녹색길, 사행천 동강의 진정한 멋을 담을 수 있는 백운산 트레킹, 암흑의 세계인 진정한 동굴을 체험할 수 있는 백룡동굴 탐사, 대관령의 멋스런 풍경을 하늘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 등을 통해 가을로 접어드는 평창 산야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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