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읽기 - 정재욱] 무대 위에는 여전히 대통령만…
임기 반환점을 막 돌아선 박근혜 대통령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남북간 일촉즉발의 군사 충돌 위기를 원칙과 뚝심으로 넘긴 게 아무래도 큰 힘이 된 듯싶다. 극진한 예우를 받은 중국 방문이 기대 이상이란 평가를 받았고, 내달 한미정상회담 역시 국정을 끌어가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실제 지지율도 크게 올랐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49%에 달했다. 직전 조사의 34%에 비하면 그야말로 수직 상승이다. 향후 기대감도 커져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56%가 ‘앞으로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만하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은 웬만큼 마련한 셈이다. 불과 두어달 전만 해도 조기 레임덕을 우려할 정도였는데, 일단 그런 걱정은 덜게 됐다.

이제부터 임기를 마치는 2년 반은 정말 중요한 시기다. 바짝 강도를 높이고 있는 노동개혁을 비롯한 공공 금융 교육의 이른바 4대 개혁 마무리는 필수 과제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 등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제도 어떻게든 살려놔야 한다. 대일 관계 회복과 남북간 교류 확대를 비롯한 외교 안보 현안도 산더미다. 어느 하나 소홀히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웬지 불안하고 믿음이 잘 가지 않는다. 지금 무대 위에는 고군분투하는 대통령만 보이기 때문이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현안을 풀어 가야할 장관들은 어디서 뭘하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을 도와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절박감을 장관들은 느끼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경환ㆍ황우여 부총리는 당장 4대 개혁의 선봉에 서야 할 위치다. 그런데도 마음은 내년 총선에 가 있다. 오죽하면 박 대통령이 “개인적인 행로가 있을 수 없다”며 역량 결집을 호소했을까. 김희정 유일호 유기준 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시한부 장관’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차라리 자리를 내놓는 게 정권과 국민을 돕는 것이다.

하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화급한 현안조차 장관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 하지 않는 게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현실이다. 메르스 사태 때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통령 대면보고는 확진 환자 발생 엿새가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니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그나마 이조차 국무회의에서의 보고였다. 북한군 도발로 우리 병사 발목이 잘렸는데도 국방부 장관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하지 않았다. “저쪽(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에서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장관의 말에는 영혼도, 존재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장관들에게 소신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이래선 나랏 일이 톱니바퀴처럼 짜임새있게 굴러갈 수 없다.

미국 트루먼 대통령 시절 조지 마셜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독립 승인 불가를 주장하며 “다음선거에서 당신을 찍지 않겠다”며 극한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장관이라면 국익을 위해 기꺼이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머리 숙이고 받아쓰기나 열심히 하는 착한(?) 장관들이 넘쳐나는 데 대통령에게만 소통하라고 지청구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섰는데도 장관들의 각오 한마디 들리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