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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미의 무비 for U] 사이즈 줄이고 재미 키운 ‘앤트맨’
유쾌·경쾌한…작은 영웅의 지구 구하기


모처럼 어깨에 힘을 뺀 마블의 영웅담이 찾아왔습니다. ‘스파이더맨’을 잇는 곤충 모티브의 슈퍼 히어로 ‘앤트맨’(감독 페이튼 리드)입니다. 마블의 최근작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묵직한 공기가 흘렀다면, ‘앤트맨’은 밝고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입니다. 그 중심엔 마블의 그 어떤 캐릭터보다 인간적인 슈퍼 히어로 ‘앤트맨’이 있습니다.

여기서 ‘인간적’이란 말은 그만큼 슈퍼 히어로라는 존재가 주는 위화감이 없다는 뜻입니다. 수트를 입기 전 ‘스콧’(폴 러드 분)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처럼 대단히 똑똑하거나 부유하지도 않고, ‘헐크’처럼 초인적인 괴력을 가진(헐크로 변하기 전 브루스 배너 박사는 스타크 못지 않은 천재이기도 하죠) 인물도 아닙니다. 영민하고 정의롭지만 좀도둑에 불과했죠. 우연히 천재 과학자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 분)이 만든 수트를 입으면서 영웅 ‘앤트맨’으로 거듭납니다.

스파이더맨이 거미를 본딴 능력을 가진 것처럼, 앤트맨 역시 개미의 장기(長技)와 흡사한 재주를 지녔습니다. 개미만 한 크기로 덩치를 줄이는 것은 물론, 상대방을 교란시킬 수 있는 스피드, 몸집의 50배에 달하는 무게를 들어올리는 힘을 갖췄죠. 특히 돋보이는 건 개미들과 교감해 이들을 조종하는 능력입니다. 덕분에 스콧은 날개미를 애마처럼 타고 다니고, 개미들이 쌓은 탑을 디딤대 삼아 높은 곳에 다다르기도 합니다.


슈퍼 히어로의 덩치가 작아진 만큼, 액션도 시시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화려한 개인기와 같은 볼거리는 없지만, 기존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액션 신이 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스콧이 작은 몸집과 스피드를 이용해 연마한 ‘싸움의 기술’은 어느덧 순간이동 능력이 부럽지 않은 수준으로 발전합니다. 개미만한 몸으로 상대의 눈을 피해 자유롭게 움직이고, 열쇠 구멍을 통해 공간을 이동하기도 하죠. 카메라는 스콧이 빠르게 몸집을 줄이고 키우길 반복하는 과정을 리드미컬하게 따라가며, 경쾌하면서도 몰입도 높은 액션 신을 완성합니다.

아울러 주인공의 ‘사이즈’로 인한 에피소드는 양념처럼 영화의 맛을 더합니다. 개미 크기가 된 스콧의 시선에서 세상을 봤을 때, 낯설게 보이는 사물과 상황 등이 신선한 재미를 주죠. 스콧이 해일이라도 만난 듯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 악당 ‘옐로우 재킷’과 서류가방 속에서 난투극을 벌이다 몸이 닿아 아이폰 시리(Siri)가 작동하는 장면, 몸집이 불어난 토마스 기차 장난감이 지붕을 뚫고 나오는 장면 등은 웃음 장치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사실 앤트맨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지구와 인류를 구한답시고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드는(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아이러니를 피해간다는 점이겠죠. 스콧은 악당과 몸집을 줄여 다툰 덕분에, 주변을 크게 파괴하지 않고도 ‘우리 딸이 살아갈 세상을 구하겠다’는 사명을 너끈히 수행합니다. 와해된 가족이 가족애를 회복하는 뻔한 서사는 아쉽지만, 차별화 된 개성으로 무장한 ‘앤트맨’은 새로운 슈퍼 히어로 영화를 기다려온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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