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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대망상’이 범행동기?…남는 의문들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예전에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 빈 교실에서 부탄가스통을 폭발시킨 이모(15) 군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3일 진행된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폭발성물건파열죄ㆍ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중학교 3학년 이모(15) 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밝힌 이군의 범행 동기는 ‘새 학교 친구들에 대한 미움’이었다. 
동영상 캡쳐

이군은 경찰 조사에서 “새 학교 친구들을 혼내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지내기가 불편했다”고 말했다.

왕따를 당하거나 학교폭력을 당한 적도 없지만 “아이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경찰은 이에 더해 이군이 ‘과대망상’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군의 범행동기를 단순한 ‘과대망상’이나 ‘교우관계 불협화음’ 등 개인적인 문제만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

특히 새 학교 친구들을 혼내주고 있었는데 경비가 삼엄해서 옛 학교를 찾아가 범행했다는 이군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초 이군은 1학년 시절을 보냈던 양천구의 A중학교에서는 중상위권 성적을 보였던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춘기 시기에 누나의 전학을 위해 덩달아 전학을 가야 했고, 이로인해 바뀐 환경이 이군의 기질을 바꿨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양천구 A중학교→서초구 B중학교→C 대안학교’ 등 3군데 학교를 전전하는데 따른 불안감과 외로움이 순간적인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B 중학교 학생들은 이군이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이른바 ’왕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군과 같은 반이었다는 한 학생은 “외톨이는 아니었고, 많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친구들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며 “그 친구들과는 원만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군과 같은 반을 했던 또 다른 학생은 “6월 에 학교에서 방화 시도를 했을 때 솔직히 깜짝 놀랐다”며 “불을 내거나 누구를 해치려고 생각할 친구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래 학생들의 진술과 달리, 이군의 불안정한 심리는 그간 부모와 담임교사에게 지속적으로 표출됐다.

이군은 담임교사와의 상담에서 “친구들을 칼로 찌르고 싶다”는 말을 한 바 있다. 또 평소 테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급기야 범행 두달전에는 직접 방향제와 물총 등으로 방화를 시도한 일도 있었다.

현재 재학중인 B중학교에서 방화를 시도한 6월26일부터 한달여 간 병원 치료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영상캡쳐

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이군의 심리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주지 못했다.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담임교사는 이군의 부모에게 정신과치료를 권했지만 부모는 이를 반복해서 거절했고, 지난 6월 이군이 학교 화장실에서 불을 지를 때서야 이군의 상태가 불안함을 인지했지만 그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결국 이군은 지난 1일 당초 전학이 예정돼 있던 대안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다, 불현듯 자신의 마음을 표출하기 위해 ‘전 학교’에서 부탄가스를 폭발시키고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어긋난 영웅심리’를 드러내고 말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군의 범행동기를 단순한 과대망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이군에게 불안하게 조성된 주변환경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모의 선택에 의해 강남으로 옮겼고, 혼자가 되면서 그로 인한 좌절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불만을 표출하고 싶었던 마음이 폭발사고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청소년기의 잃어버렸던 존재감을 회복하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조승희 사건 등의 폭력 동영상을 보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을 흉내낸 것”이라며 “자신을 무시한 학교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정을 받으려 한 듯하다”고 말했다.

추가범행을 위해 휘발유를 훔쳤다는 경찰의 발표도 정밀한 현장조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군은 범행 후 재학 중인 서초구 B중학교에서도 불을 지르려고 인근 마트에서 휘발유 500㎖를 훔쳐 생수통에 옮겨 담았고, 폭죽도 구매했다.

이군은 경찰에서 “A중학교에서 실패하면 다른 초등학교에서 하려고 했다”며 “잡히지 않았으면 밤이나 이튿날 오전에 또 불을 지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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