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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진지해서 불편한 ‘프로 불편러’를 아시나요?
“분위기 안 맞게 진지해서 싫다” … “잘못된 걸 잘못됐다데 왜 불만?”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검은 승용차 트렁크 밖으로 나와있는 청테이프로 묶인 여성의 발, 그 옆에서 담배를 피우며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성…’

남성잡지 맥심(MAXIM) 9월호 표지에 실린 사진이다. 이 사진은 여성 납치나 강간, 혹은 살해를 연상시킨다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이 표지를 보고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이 사진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왜 여자들은 예민하게 구느냐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이미 맥심 표지가 여성을 비하한다며 불편함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프로 불편러’라는 딱지가 붙었다.

프로 불편러는 최근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신조어다.

유머스런 게시물이 주가 되는 커뮤니티에서 분위기에 안 맞게 진지하고, 남을 가르치듯이 댓글을 달아 태클 아닌 태클을 거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를 두고 커뮤니티에선 서로 ‘분위기 좀 맞추자’거나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아웅다웅해 새로운 갈등 양상이 되고 있다. 

예컨대 한 커뮤니티에서 친구가 대화창에 성매매 여성을 초대한 화면을 캡쳐하고 ‘친구가 개방적인 여자를 소개해 줬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여기에 곧 “성매매를 유머로 보기 어렵네요”나 “이 글 저만 불편한가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 때 “프로 불편러 납셨다”는 반발이 이어지는 식이다.

대학생 서모(19ㆍ여) 씨는 이런 반응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서씨는 “잘못된 게시물에 대해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은 커뮤니티 자정 작용을 위해 꼭 필요하다”라며 “유머니까 엄격한 잣대 들이대지 말고 그냥 웃고 넘기라고 하면 앞으로 어떤 말도 못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 불편러들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커뮤니티 이용자 김모(29) 씨는 “말을 하는 태도의 문제다”라며 “어떻게 보면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자기 입장을 좀 엄하게 강요하는 것이고 한 수 가르치려는 태도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불편러’들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기도 하지만, 참고 침묵하라는 건 폭력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프로 불편러라는 말이 남들의 다른 생각과 행동을 관용하지 못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 같다”며 “분위기를 맞추라며 침묵을 강요하는 건 폭력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는 소극적으로 말로만 불편함을 표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회가 개선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만만 열거하는 것은 지나가면서 돌 던지는 거나 다름이 없다”며 “싫으면 뭐가 싫은지, 어떻게 고쳐야 할지 대안을 제시해야 생산적인 방법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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