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도시계획의 결실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몇년 후 사업이 실현되는 과정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죠.”
도시계획 업무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바로 바로 실적을 내야 하는 일반적인 업무와 다르다. ‘계획’이란 말그대로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이 때문에 수년에 걸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재개발ㆍ재건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창호<사진>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개발계획팀장은 10년째 도시계획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서울시 핵심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굵직 굵직한 사업들은 수년전부터 김 팀장이 챙겨온 것들이다.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프로젝트는 2008년 서울 동북권역 발전계획에서 밑그림이 그려졌어요. 지역 균형발전차원에서 진행된 거죠. 지금은 구체화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월 낙후된 창동ㆍ상계 지역을 ‘강북판 코엑스’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오는 2017년부터 수퍼아레나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공사에 들어간다.
최근 강남구와 갈등을 빚고 있는 ‘동남권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사업도 김 팀장의 손을 거쳤다. 계획 초기 잠실운동장 개발방식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하려다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고 보류됐다. 이어 공공이 개입하는 방향으로 틀었고, 박 시장이 들어오면서 ‘코엑스-한국전력부지-잠실운동장’을 연계하는 종합발전계획이 완성됐다.
“강남구 입장에서는 자기 주장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서로 테이블에 앉아 합리적으로 논의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무적으로 강남구에서 도와줘야 할 사항도 많습니다.”
김 팀장은 도시개발 방식이 철거 위주에서 도심재생으로 바뀌는 전 과정을 직접 몸으로 체득했다.
“지난 10여년간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이 급변했습니다. 무조건 파괴하고 새로 짓는 개발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개발로 바뀌고 있는거죠. 도시재생의 개념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민간의 참여‘다. 한전부지 개발을 위해 현대자동차그룹과 사전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공공부지 개발은 공공의 전유물이었다. 민간이 참여하더라도 공공이 정한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앞으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 주민의 참여도 중요해졌다. 일부 지역에서 주민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김 팀장의 은퇴 후 계획은 여기에 있다.
“10년 넘게 도시계획 업무를 하면서 배웠던 노하우를 지역 주민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퇴직 후 ‘도시재생전문가’로 지역 개발에 참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