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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테러 비상] ‘IS·조승희 처럼…’ 아이들도 테러에 무방비 노출
경찰, 15세 중학생 송파공원서 검거…백주대낮에 교실서 부탄가스 꽝
전학후 새학교 적응못하고 방황…해외 총기난사등 폭력적자료 탐독
극단적으로 인정받고싶어하는 10대들…조직적 테러·모방범죄 양산 우려


‘IS처럼, 조승희 처럼…’ 우리 아이들이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국인 10대가 인터넷을 통해 해외 테러 집단 IS(이슬람국가)에 직접 가입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백주대낮에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터뜨리고, 이를 인터넷으로 중계까지 해 충격을 주고 있다.

▶모범생이었던 친구, 왜 테러범이 됐나= 경찰은 지난 1일 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중학생 이모(15) 군을 범행 9시간 만에 송파구의 한 공원에서 검거했다.

경찰과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이군은 지난 해 2월까지 이 학교에 재학중인 비교적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2월 누나를 따라 서초구의 한 중학교로 전학가면서 새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결국 부모는 대안학교로 전학을 결정했다.

심리적 불안을 겪던 이군은 자연스레 해외의 총기난사 사건과 같은 폭력적 자료를 보면서 범행에 영감을 얻었다.

실제로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군은 한 달여 전에 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한 동영상을 보고 해당 영상에 대한 댓글을 달기도 했다. 지난 6월27일에는 방화를 하려다 실패하는 등 실제 테러를 시도하기도 했다.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도 “조승희를 그대로 따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군의 폭력적 성향은 1일 부탄가스 폭탄 테러로 절정에 달했다. 이군은 이 날 오후 1시50분쯤 3학년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에 불을 붙였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교실의 한 쪽 벽이 산산조각 날 정도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사고 직후 이군은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상황을 녹화한 두 편의 동영상을 올리고, “엄청나게 큰 폭발음과 함께 학생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 학교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재밌군요. 우왕좌왕합니다” 등의 발언을 하며 상황을 즐기는 듯한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IS가입에 이어 직접 테러까지…‘극단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10대들’=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범죄가 단순한 ‘학교폭력’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 테러조직에 가입하거나, 직접 폭탄을 제조하고, 학교 교실을 폭발시키는 등 해외테러조직을 모방한 모습으로 극단적으로 바뀌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접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테러 동영상에 노출된 문제 청소년들이 이를 흉내 내려는 모방심리로 범죄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2병’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라는 걱정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의 테러를 ‘인정욕구가 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강남으로 전학을 가면서 적응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좌절감이 있었을 것이고 이런 문제를 부모에게 말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영상을 찍어서 온라인에 올리는 행위는 전학을 가면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하려는 욕구가 더해진 것”이라며 “자신을 무시한 학교와 다른 학생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직접 터키로 출국해 이슬람 무장단체인 IS에 가입한 바 있는 한국 학생 김모(18) 군 역시 경우도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문제를 겪었으며 IS에 가입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당시 “친구들과 별로 교류가 없었던 김 군으로선 자신의 불안감을 크고 힘 있는 조직에 의존하는 것으로 해소하려고 했을 수 있다”며 “자아 정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조직을 접하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진단했다.

또한 두 학생 모두 이같은 극단적 범행을 저지를 때까지 부모가 정서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의성장과정에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이군은 대안학교로 전학을 결정할 때까지 정신적으로 염려할 만한 사례가 많이 발생해 담임 교사가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권했으나 학부모가 이를 강하게 거부했다. IS에 가입한 김군 역시 실종될 당시까지 부모가 이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폭력적인 매체가 학생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학생들이 폭력적 매체에 노출되더라도 이를 여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인성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배두헌·이세진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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