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범죄의 재구성] 모범생이던 이군은 왜 방화범이 되었나

[헤럴드 경제=서지혜ㆍ배두헌ㆍ이세진 기자]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 교실에 들어가 부탄가스통을 터뜨린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체포된 이모(15)군은 지난 해 2월까지는 중상위권 성적의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2월 누나를 따라 양천구 A중학교에서 서초구의 B 중학교로 전학가면서 새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결국 부모는 대안학교로 전학을 결정했다.

심리적 불안을 겪던 이군은 자연스레 해외의 총기난사 사건과 같은 폭력적 자료를 보면서 범행에 영감을 얻었다. 

사진설명=이모(16) 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1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를 폭발시키기 위해 바닥에 불을 지르고 있다.  이군은 사고 발생 3시간 뒤 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XX중 테러’라는 제목의 동영상 두개를 올리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 인터넷 동영상 캡처 >

실제로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군은 한 달여 전에 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한 동영상을 보고 해당 영상에 대한 댓글을 달기도 했다.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은 199년 4월20일 미국 콜로라도 주에 있는 콜롬바인 고등학교의 두 학생이 벌인 총기난사 사건으로, 12명의 학생과 교사 1명이 사망했으며 21명의 학생이 부상을 입었다. 가해학생은 자살했다.

이 같은 동영상을 본 이군은 실제 지난 6월27일 전학 간 서초구 B중학교 화장실에서 방화를 하려다 교사 등에게 제지당했다.

A중학교에 다니다 2학년에 올라가던 지난해 초 B중학교로 전학한 이군은 테러에 대한 과대망상 때문에 학교에서 상담을 받아왔으며, 화장실 방화 시도 이후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군의 방화 시도 당시 교사들이 이군을 빨리 발견하고 조처를 한 데다, 교육적인 이유 때문에 따로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고 B중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B중학교에 따르면 이군은 올들어 학교 측에 수차례 상담 신청을 했으며, 상담에서 누군가를 찔러 죽이고 싶다는 테러에 대한 환상과 더불어 절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함께 내재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상담을 받아오던 이군이 결국 화장실 방화를 시도하자 학교 측은 이를 부모에게알리면서 입원 치료를 권했다. 부모는 이군의 이같은 상태를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B중학교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이군이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왕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군과 같은 반이었다는 한 학생은 “친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외톨이는  아니었고 주변에 친구들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며 “그 친구들과는 원만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군과 같은 반을 했던 또 다른 학생은 “지난 6월 학교 방화 시도를 했을 때 솔직히 깜짝 놀랐다”며 “불을 내거나 누구를 해치려고 생각할 친구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군은 결국 B중학교 측의 소개로 한 대안학교로 옮기기로 했는데, 전학 가기로 한 날 양천구 A중학교를 찾아가 부탄가스 ’테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군의 폭력적 성향은 1일 부탄가스 폭탄 테러로 절정에 달했다. 이군은 1일 오후 1시50분쯤 3학년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에 불을 붙였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교실의 한 쪽 벽이 산산조각 날 정도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사고 직후 이군은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상황을 녹화한 두 편의 동영상을 올리고, “엄청나게 큰 폭발음과 함께 학생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 학교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재밌군요. 우왕좌왕합니다” 등의 발언을 하며 상황을 즐기는 듯한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조승희를 그대로 따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한인 유학생이던 조승희에 의해 발생한 버지니아 주 버지니아텍 총기 난사 사건은 32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앞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플랭클린 카운티에서 발생한 ‘생방송 기자 총격 사건’의 범인인 베스터 리 플래내건(41)도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나는 조승희한테도 영향을 받았다. 조승희는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때)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가 죽인 것보다 거의 2배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말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