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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보다 장난감이 더 재밌어요”…키덜트족의 이유있는 항변
“넌 언제 철들래”, “결혼은 안할거니? 허구헌날 장난감만 가지고 노니.”

키덜트(Kid+Adultㆍ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라면 한번쯤은 부모에게 들어봤을 얘기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은 포기한다는 3포세대도 포기 못하는 게 있다. 바로 취미다.

백화점에 근무하고 있는 김모(남ㆍ37) 씨. 그는 자칭타칭 키덜트다. 올 여름휴가 기간에도 여행을 포기하고 혼자 집에서 나흘간 ‘건담 프라모델(이하 건프라)’ 조립에 매달렸다. 김 씨는 “조립하고 있으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솔직히 많이 힘들어요. 하지만 완성하고 나면 짜릿한 성취감을 느끼고 색칠까지 끝내면 세상에 유일한 나만의 건프라가 생기는데 그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해요”라고 한다.

최근에는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장난감이 있다. ‘나노블록’과 ‘컬러링북’이다.

5년 차 직장인 손모(여ㆍ28) 씨는 요즘 나노블록 조립에 빠졌다. 연애도 하지 않고, 딱히 만날 친구도 없어 여유시간이 심심하던 찰나, 우연히 홍대거리에서 나노블록을 구입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자기 전에 틈틈이 조립하던 것이 이제는 점심 시간, 쉬는 시간 등 그의 일상 곳곳의 공백을 파고들었다. 설명서를 따라 손톱보다 작은 300여개의 블록들을 껴맞추다보면 두 세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기본. 블록으로 완성된 캐릭터들을 집안 곳곳에 장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손 씨는 “보통 자거나 TV를 볼 시간에 뭔가를 만들어 완성한다는 뿌듯함이 있다”며 “레고나 다른 블록보다 가격면에서도 훨씬 저렴하고, 휴대하고 다니기 편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조립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컬러링북을 찾는 사람도 많다. 컬러링북은 밑그림이 그려진 도안에 자신이 원하는 색을 채워넣는 책으로, 성인들의 힐링 아이템이다. 컬리링북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반면에 이번 여름철 물놀이 관련 상품의 판매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31%나 감소했다. 여름 베스트셀링 아이템 중 하나인 비키니를 비롯한 수영복의 판매는 28%, 비치웨어 판매량은 12% 감소했다. 최근 장난감에 빠져 휴가마저 포기한 사람들이 늘면서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유년시절 즐기던 장난감, 만화, 과자 등에 열광하는 키덜드. 80년대와 90년대 아이들이 30~40대가 된 지금, 새로운 소비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손 씨는 “키덜트가 지닌 특성 중 하나로 꼽히는 게 힐링의 힘”이라며 “가슴 속에 잠시 묻어두었던 추억을 꺼내는 동시에 그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통해 스트레스로 찌든 지금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했다. 또 “성인의 옷을 잠시 벗어던지고 어린아이처럼 한껏 마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어 계속 빠져드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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