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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시장 쥐락펴락, 맘블로거
이유식 레시피 등 정보 공유…시장 감시·착한 제품 입소문
기업 매출에 막강한 영향력…대기업들 거액 스카우트도


#. 식료품, 커피, 과자를 생산하는 미국의 식품제조 판매기업인 크래프트 푸드사. 스위스 네슬레와 함께 세계 2대 식품기업인 이 회사는 올해초 인기제품인 마카로니 앤 치즈 등에 들어있는 인공색소를 제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인공색소가 유해하다며 맘블로거(Mom blogger)의 불매운동과 서명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화들짝놀라 무릎을 꿇은 것이다. 맘블로거가 거대기업의 기세를 꺾고 ‘착한 제품’으로 사양을 완전히 바꾼 사례다.

맘블로거 세상이다. 힘이 막강하다. 예전엔 기업 제품은 일방적인 공급이었다. 심하게 표현한다면 ‘주는대로 먹어라’ 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은 식품, 상품의 위해성과 부도덕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집단세력화하면서 착한 제품으로 강제하고 있다. 이 소비자들 중심엔 맘블로거가 있다. 크래프트의 케이스는 이를 상징한다.

맘블로거의 위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입소문의 대명사인 맘(Mom)들이 블로그를 통해 제품 후기나 평가 등을 공유하고 집단적 힘을 가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착한 소비에 영향력을 주는 맘블로거는 때론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이상섭 자/babtong@heraldcorp.com

미국 등 외국 얘기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맘블로거의 위상은 강화됐고, 착한 소비를 이끌어내는 주축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유통세상을 바꾸는 힘은 마치 탱크를 동원한 군단(軍團) 이상의 파워를 과시한다. ▶관련기사 6면

물론 거창한 구호를 표방하면서 특정 목표의식을 갖고 활동을 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작은 보람’ 때문에 맘블로거의 매력에 빠지곤 한다.

레시피 블로그를 운영하는 최혜란(가명ㆍ35) 씨는 이중 하나다. 취미로 했던 블로그가 아이를 키우면서 점차 육아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결혼 전 가끔 맛집, 여행사진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던 평범한 블로거였다. 하지만 주부가 되면서 ‘오늘 뭐 먹지’ 보다는 ‘오늘은 뭘 먹이지’라는 고민이 찾아오면서 그 경험과 노하우를 블로그에 하나하나씩 올려놨다. 이유식 레시피를 올리는데서 출발한 그의 블로그는 아이를 키우는 ‘맘(mom)’들의 놀이터가 됐다. ‘요즘은 이 간식이 좋더라’, ‘새 상품이 나왔더라’ 등 방문하는 이웃 주부들 덕에 그의 블로그는 늘 ‘활성화’ 상태다.

최 씨의 경우는 레시피와 육아 공유의 공간이지만, 더 파워풀한 공간도 있다.

파워블로거 하모 씨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신제품이 나올때마다 제품 성분을 꼼꼼히 따지면서 착한제품 여부를 검증하는 글을 올리곤 한다. 인기 블로그여서 방문자는 엄청 나다. 해당 업체로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A업체는 이 블로그로 인해 한때 이미지 타격을 크게 받았고, 순수성 여부를 떠나 맘블로거의 슈퍼갑(甲) 논란이라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맘블로거가 다 공격적인 것은 아니다. 기업에 우호적인 블로거도 많다. 일동후디스의 ‘산양분유’는 엄마들의 입소문 덕을 톡톡히 본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 2003년 출시 당시 ‘뉴질랜드 자연 방목 분유가 국내에 들어왔다’는 입소문을 통해 시장에 알려진 산양분유를 직접 체험한 주부들이 블로그나 육아카페 등의 후기를 통해 시장에 전파시켰고,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산양분유 시장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요즘엔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기업이 막강 파워블로거를 거액의 돈을 들여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착하지 않은 제품은 독하게 견제하고, 착한 제품은 전파시키는 맘블로거. 양날의 칼을 가진 맘블로거가 어깨를 활짝 펴는 세상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장연주ㆍ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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