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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그린(green)’에 속는 당신에게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천연 향균성분 피톤치드가 함유된 치약’ ‘에코서트 인증, 솔잎수를 사용한 내추럴 보습 크림’ ‘자연의 생명력이 피부에 전달되는 발효화장품….’

유기농과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녹색(친환경)’을 강조하는 제품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 수식어를 내세운 제품 중 무려 46%가 허위 또는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치약에 치톤치드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천연 원료가 얼마나 제품에 첨가된 것인지 구체적으로 표시하지 않았았던 겁니다.

슈퍼맨처럼 ‘지구를 살린다’거나 ‘환경을 보호한다’는 식의 모호하고 막연한 상술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 소비자, ‘친환경’ 상술에 속다 = 친환경 마케팅이 트랜드로 떠오르면서 경제적 이윤 노린 기업들이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장막으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습니다. 그린워싱이란 전혀 생태적이지 않은 제품에 친환경이라고 쓰거나 혹은 그렇게 혼동할 수 있도록 치장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좋게 말하면 위선이고 정직하게 말하면 사기이지요.

이처럼 기업들이 소비자를 쉽게 속일 수 있었던 건 시장에 결함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입니다.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업들이 소비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지요. 제대로 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 스스로 녹색상품을 가려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얼마나 믿을 수 있고 확실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느냐.’ 친환경 상품 시장이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자생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인증마크로 오해할 수 있는 녹색 관련 도안이나 이미지 [사진=한국소비자원]
인증명칭 있지만 마크와 설명이 없음 [사진=한국소비자원]
성분표시 있지만 용어와 설명이 없음 [사진=한국소비자원]
성분, 표시 있으나 출처 등 관련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경우 [한국=소비자원]

▶ 그린(green) 월마트의 ‘착한 소비’ = “썩지 않아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최고의 제품을 찾습니다.(We‘re looking for quality products that are guaranteed not to last.)”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인 월마트의 전 CEO 리 스콧. 그는 재직하던 2005년 당시 환경 파괴 없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그린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100% 활용해 공급하고, 쓰레기를 0%로 줄이고, 지구 자원과 환경을 보호하는 제품만을 판매하겠다.’ 월마트의 중장기적인 목표들이 나온 것도 이때입니다.

마켓 리더(Market Leader)로 성장하기 위한 CEO의 철학이 밑바탕이 되면서 10만 개 이상의 협력업체와 200만 명 규모의 직원들이 친환경 제품 생산에 주력합니다. 해당 제품들은 8000여 개에 이르는 월마트의 지역 매장에서 유통되면서 5년 만에 월마트는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합니다. 저성장 시대에 대비하고 경쟁사의 견제와 자사 상표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월마트의 ‘착한 소비’는 전략은 월마트를 가격과 품질, 윤리와 나눔이라는 기업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물론 매출까지 증대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았습니다.

사회 구성원에서 ‘존경을 받는 기업’은 돈만 잘버는 기업이 아니다.

▶ 그린 기업으로 탈바꿈하다 = ‘좋은 회사’는 더 이상 ‘돈 잘 버는 기업’이 아닙니다. 사회 구성원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지요. 당장의 매출이나 주가와 같은 숫자에만 매달리다간 순식간에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기업하는 이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흐름에 맞춰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기준 미국 10대 대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는 ▷청정기술투자 확대 ▷환경사업 매출 증대 ▷온실가스 배출 감축 ▷에너지 효율 향상을 4대 목표로 친환경 제품 생산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 세계 1위 커피회사인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는 후진국 커피 생산 농가에 농업기술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토이저러스는 친목 소재의 장난감, 오가닉 인형 등 환경 친화적인 장난감 라인을 신설했고 메이시스(Macy’s) 백화점은 3억개 가까이 되는 전 점포의 옷걸이를 재활용 소재로 만든 옷걸이로 교체했습니다.


▶ 친환경 제품? NO!제3자 인증기관의 출현 = 기업 스스로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제한하면서 기업들이 주장하는 친환경 제품의 환경성을 검증하는 제3자 인증기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별도의 기준과 마크가 운영되고 있어 제조사 입장에서 이를 각각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움도 있는 만큼, 이러한 인증기관들이 전 세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 건데요. 대표적인 기업이 1894년 미국에서 설립된 UL입니다.

UL은 재사용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의 사용률이나 유해물질 함유율 등을 검증하는 ECV(Environmental Claim Validation)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품 포장이나 제품에 부착된 UL ECV 마크에는 어떤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검증이 되었는지 자세히 표기돼 있고 마크 내 웹사이트 주소를 통해 세부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와 같이 다양한 소재와 부품들로 이루어진 제품의 경우 제품을 최소 단위로 나눠 재활용 가능 여부 등을 분석합니다.


▶ 정부 그린워싱 단속은 ‘걸음마’ = 우리나라에서도 그린워싱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추세입니다.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3자 인증기관에 친환경 인증을 의뢰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경부는 대대적인 그린워싱 위반 제품 단속을 벌였습니다. 

다만 아직 국내의 그린워싱에 대한 인식과 제도적 장치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적지 않은 온도 차가 있어 보입니다. 허위광고 표시가 의심되는 경우 정부는 해당 업체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데요. 해당 기업이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면 됩니다.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위장 제품을 걸러낼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단속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단속 여력이 부족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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