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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인이 사랑한 와인](1)박근혜 대통령의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와인은 우리의 감성이자, 우리의 삶이자, 우리의 세상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스토리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인들이 사랑한 와인이라면, 뭔가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이야기 거리가 있다. 물론 유명한 이가 선택한 와인이라면 와인의 퀄리티를 막론하고 신뢰가 가게 마련이다. 수많은 와인들 중에 정치인이나 기업인, 연예인 등 유명인들에게 특히 사랑을 받았던 와인들을 살펴보고 와이너리에 얽힌 이야기,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도 함께 소개한다. ‘유명인이 사랑한 와인’ 시리즈를 게재하면서 인생과 삶, 기쁨과 사랑, 충전과 도전이라는 우리 삶의 스토리도 함께 제공한다. 

[사진출처=123RF]

지난 2013년 2월25일.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던 그날, 세간의 가장 큰 궁금증은 취임식 만찬이었다. 미디어와 국민은 새로운 대통령이 과연 첫 만찬으로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떤 와인을 마실지 궁금해했다.

대통령 취임식 만찬은 일반적으로 내로라하는 특급호텔이 준비했지만 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검소한 행사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밝혀와 만찬을 어느 곳에서 준비하는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당일 아침, 만찬을 준비하는 곳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외식업체 쿠드의 한정식 레스토랑 ‘시화담(詩畵談)’이었다.

이 업체는 ‘신선설농탕’도 함께 운영중인 중소기업이다. 시(詩)와 그림(畵), 이야기(談)가 있는 모던 한정식을 추구하는 ‘시화담’이 준비한 대통령 만찬은 제철 과일과 야채를 말린 건강칩과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만든 보양죽으로 시작됐다. 떡 샌드위치와 냉채, 샐러드, 꽃비빔밥 등 한국의 전통 식재료를 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만든 상차림은 200여 명의 국내외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날 만찬에는 3종의 와인과 1종의 전통주가 함께 올려졌다. 그 중에서도 메인 음식과 함께 선보인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Far Niente Cabernet Sauvignon)’은 단연 눈에 들어왔다.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산 레드 와인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Far Niente Cabernet Sauvignon)]

박 대통령이 취임 4년 전인 2009년 5월 미국 스탠포드대 초청 강연과 실리콘밸리 견학 등을 위해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때 이 와인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재보선 참패로 한나라당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당시 박 대통령은 포도 산지로 유명한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중 한 곳이었던 파 니엔테에 들러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를 직접 맛 보고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다음 날 식사자리에서도 “어제 그 ‘파 니엔테’ 정말 좋았죠?”라고 되물을 정도로 이 와인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후문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이 곳의 그림 같은 풍경에 스스럼 없이 농담을 할 정도로 편안함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등장했던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은 2009빈티지로 박대통령이 방문했을 당시의 포도로 만들진 와인이어서 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은 미국의 프리미엄 와인산지인 나파밸리에서 가장 균형 잡히고 컴플렉스한 카버네 소비뇽 와인이 생산되는 오크빌이라는 지역에 자리한 와이너리 ‘파 니엔테’에서 만드는 와인이다. 보르도풍 블렌드 와인으로, 여성 오너인 베스 니켈이 운영 중이다. 부드러운 질감과 셈세한 풍미로 여성적 특징을 지닌 대표적 와인으로 꼽힌다.

체리와 블랙베리, 블랙 커런트 향이 풍부하며 정말 ‘벨벳과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빼어난 탄닌과 우아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탄탄한 구조감과 스파이시함도 함께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파 니엔테’는 동아원그룹의 와인수입 계열사 나라셀라가 매년 국내에 360병 가량을 독점 수입하고 있다. 2009년 빈티지의 경우 2013년 당시 청와대에 60병이 공급됐고 나머지는 대부분 도매상, 백화점 등에 판매됐다. 2009빈티지 가격은 당시 29만원이었다. 파 니엔테 와인은 현재 정상급 와이너리가 밀집한 오크밸리에서도 평균 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나라셀라가 수입한 ‘파 니엔테’ 2012빈티지의 경우, 국내 판매가는 병당 31만5000원이다. 

[사진출처=123RF, 나파밸리 전경]

▶‘파 니엔테 와이너리’는 어떤 곳?

파 니엔테 와이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프리미엄 와인 산지 나파밸리(Napa Valley)의 오크빌(Oakville)에 위치한다. 기라성 같은 카버네 소비뇽으로 유명한 하이츠 와인셀라의 마르따스 빈야드(Martha‘s Vineyard)와 몬다비의 토칼론 빈야드(To Kalon Vineyard)사이에 그림 같이 자리하고 있다.

이 와이너리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동굴을 보유한 와이너리로도 유명하다. 이 와이너리의 공동 소유주였던 길 니켈과 리처드 스텔링이 뜻을 모아 와인 저장고를 동굴로 만든 것.

1885년 금광업자인 존 벤슨에 의해 설립된 이 와이너리는 1919년 금주령으로 한 동안 문을 닫았다가 길 니켈(Gil Nickel)이 1979년 인수 후 재건에 나서면서 나파밸리에서 가장 귀족적인 와인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고인이 된 길 니켈의 아내 베스 니켈과 와이너리의 대표로 있는 래리 머과이어가 함께 운영중이다.

파 니엔테의 와인은 할란, 스크리밍 이글 등 정상급 와이너리가 밀집한 오크빌 내에서도 평균 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매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 나파 밸리에서 가장 귀족적인 고상함을 지닌 와인을 만드는 곳으로 발돋움했다.

‘파 니엔테’라는 이름은 와이너리 재건 중 발견된 건물 전면 주춧돌에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와이너리의 이름으로 삼게 됐다. 이는 이탈리아어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달콤하게’라는 뜻을 지닌다. 빈둥거리면서 느끼는 달콤함을 표현한 문구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여주인공 리즈(줄리아 로버츠)가 혼자서 되뇌이기도 했던 말이다. 이름 만큼이나 로맨틱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와인 레이블도 이 와이너리의 특징이다.

또 파 니엔테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뛰어난 지하동굴을 가지고 있으며 와이너리 역시 전경이 아름다워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다. 국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파 니엔테의 카버네 소비뇽’이 사용됐으며, 장동건ㆍ고소영 부부의 결혼식에서는 화이트와인 ‘파 니엔테 샤도네이’를 테이블에 올렸다.

‘파 니엔테 샤도네이’는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가장 탄탄한 구조감을 가지고 있으며 열대과일과 헤이즐넛, 오크 풍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풍만한 느낌을 선사한다. 숙성기간이 짧을 때는 신선한 과일 느낌과 안정적인 밸런스가 돋보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무게감이 깊어지는 와인으로 부부의 일생과 닮았다. 로맨틱한 와인의 대표격으로 커플 와인으로 자주 애용된다.

이 와인은 샤도네이 품종이 표현할 수 있는 와인의 완벽함을 갖추었으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와인 임에도 드물게 연간 2000병 가량 판매된다. 가격은 14만5000원이다.

▶찰떡궁합 음식은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레드 와인의 대표적인 품종인 카버네 소비뇽을 약 90% 정도 사용하는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은 타닌이 높고 바디감이 무거운 것이 특징이다. 체리와 블랙베리, 블랙 커런트 등 풍부한 검은 과실향을 지닌다. 

카버네 소비뇽 품종 위주의 와인은 어떠한 종류의 육류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울리는 것을 고르라면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추천할 만하다. ‘드라이 에이징’(Dry aging)이란 말 그대로 습도 70~85%, 0~3도 정도의 건조한 저온에서 고기를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최대 40일 동안 고기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살코기 겹겹에 쌓여 있는 수분이 빠지면서 육질이 촘촘해진다. 숙성되는 동안 효소 작용으로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더욱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돈다. 한마디로 씹히는 맛도 있으면서 부드럽고 감칠감이 도는 것이다.

게다가 뜨거운 불과 만나 만들어지는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특유의 고소한 맛이 와인의 맛과 향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고기를 먹은 후 텁텁해지는 입안을 리프레싱 하는 역할을 한다.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은 이 밖에도 그릴소시지, 곱창구이, 족발 등 기름기가 살짝 돌면서 씹히는 맛이 있는 고기 음식과 매우 잘 어울린다.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Far Niente Cabernet Sauvignon)은?

○원산지 : 오크빌(Oakville)-나파 밸리(Napa Valley)
○품종 : 카버네 소비뇽 85~90%, 멀롯, 카버네 프랑, 쁘띠 베르도 15~10%
○숙성 : 18~20개월간 75%~100% 새 프랑스 오크통에서 숙성
○적정 음용온도 : 17~18 ℃
○음식 궁합 : 붉은 육류, 가금류, 치즈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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