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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장 뚫린 전셋값…성북구 80% 첫돌파
평균 80.1% 25개 자치구중 ‘최고’
길음·정릉등 소형아파트 90%근접
전세→반월세 계약도 늘어나는 추세
강서·동작·서대문구는 70%선 넘어



“사모님 여기 부동산인데요 305호 11월 17일에 전세 만기네요. 지금 세입자 재계약할지 옮길지 얘기 해보세요. 내놓게 되거든 바로 말씀해 주시고요.”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C중개업소 사장은 집주인들에게 전화를 거느라 분주했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연말까지 재계약일이 도래하는 전셋집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리스트가 떠 있었다.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2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80%를 넘어섰다. 이곳 아파트 소형 면적의 경우는 이미 90% 근접하는 곳들도 많다.

그는 “부동산마다 만기가 3~4달 남기고 확인전화를 돌린다. 집주인들이 까맣게 잊고 있으면 묵시연장이 돼 버려서 골치아픈 상황이 생긴다”며 “특히 요즘처럼 전세가 희귀할 땐 열심히 전화를 돌리는데도 매물이 기대만큼 나올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9월부터 시작하는 가을 이사시즌을 앞뒀지만, 전세 매물은 여전히 희귀한 상태다. 매물은 적고 찾는 이만 많으면서 7~8월 비수기에도 전세금은 계속 올랐다. 특히 성북구나 강서구, 동작구처럼 도심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소형 아파트가 많은 지역은 전세가율 상승세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80.1%로, 지난 2013년 4월 해당 조사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80%대를 넘어섰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이다. 강서구(77.8%), 동작구(77.4%), 서대문구(75.2%)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8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찾은 성북구 내 중개업소들은 빠짐없이 “전세는 없다”는 말을 내놨다. 돈암동, 종암동, 길음동 중개업소 유리창에 붙은 매물표 10장 중 8~9장은 ‘매매’, ‘급매’, ‘월세’였다. ‘전세’가 적혀있는 것은 찾기 힘들었다.

종암동 M공인 대표는 “10월 말까지 나올만한 전셋집은 진작에 새 계약이 맺어졌거나,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 의사를 표시했다”며 “10월에 결혼한다는 한 손님은 한달 정도 오피스텔에 살다가 들어오겠다며 11월 중순에 세입자가 이사가는 전셋집을 점찍어 놓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날 직접 부동산을 찾아 상담을 받던 유모(36) 씨는 “지금 사는 집의 전세 계약이 끝나는대로 옮겨갈 새 아파트를 찾고 있는데 적당한 매물이 없다”며 “아무래도 집주인한테 2~3달 더 만기 연장을 부탁해야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전세가율 80%는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실거래가 등을 따져보면 85~90%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많다.

지난달 마지막주 시세를 기준으로 따지면 길음동 ‘길음뉴타운 푸르지오(3단지)’, 정릉동 ‘무궁화쌍용’, 종암동 ‘종암2차아이파크’ 단지의 전용면적 59㎡ 전세가율은 89%선으로, 이미 90%대를 넘보고 있다.

종암동 R공인 대표는 “봄에는 반전세라면 덮어놓고 거부하던 손님들도 이제는 보증금을 최대한 높이고, 월세를 30만~40만원 선에서 맞춘 매물들은 계약한다”고 설명했다.

이 일대에서는 당장 전세난에 숨통을 틔워줄 새 아파트 입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성북구 내에서 올해 말까지 입주가 예정된 곳은 없다. 내년에 629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서울 평균(1037가구)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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