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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자ㆍ교장에서 문화외교관으로 변신 금난새 “음악은 훌륭한 가교”
지휘자와 교장으로서 클래식 음악 대중화와 창의적 인재 양성에 힘써온 금난새(68)씨가 문화외교관으로 변신한다. 그는 오는 4일 개막하는 ‘비세그라드 음악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아 중유럽 문화를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비세그라드는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4개국으로 이뤄진 중유럽 지역협력체다. 이 지역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비세그라드그룹(V4) 협력체제가 출범하기도 했다. 이를 기념해 오는 4~9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대구, 부산에서 ‘비세그라드 음악축제’가 열린다. 무료 공연으로 선착순 접수를 받았는데 부산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지난 28일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금난새 예술감독은 “과거에는 사물놀이 등 우리 문화를 외국에 소개하는데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상호 교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비세그라드의 대표적 음악가들을 초대해 이들의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세그라드는 쇼팽(폴란드), 말러(체코) 등 위대한 음악가들이 탄생한 지역이다.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과 1시간 거리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이번 음악축제에는 와인잔 100여개를 두드리며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글라스 듀오(폴란드)를 비롯 트리오 마티누(체코), 무하 콰르텟(슬로바키아), 바이올리니스트 산도르 야르보카이(헝가리)가 출연한다. 국내 실내악단 카메라타S도 참여한다.

[사진=헤럴드경제DB, 비세그라드음악축제 홈페이지]


금 예술감독은 “글라스 듀오의 경우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섭외했고, 헝가리는 집시 음악으로 유명한데 산도르 야르보카이는 집시 음악을 굉장히 잘 소화해내는 음악가”라고 소개했다.

금 예술감독은 이어 이달 브라티슬라바에서 ‘유로아시안뮤직페스티벌’도 개최한다. 한국이 경제 뿐만 아니라 문화적 수준도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축제다. 앞서 금 예술감독은 지난해 슬로바키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이어 올해 1월 슬로바키아라디오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비세그라드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슬로바키아라디오심포니의 수석 객원 지휘자이기도 하다.

그는 “음악은 외교에 있어서도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한다”며 “내년에는 ‘유로아시안뮤직페스티벌’을 한국, 중국, 일본 음악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축제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금 예술감독이 문화외교관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4년째 뉴욕 맨해튼에서 ‘맨해튼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대사 20~30명과 함께 매년 이 페스티벌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풍산그룹, 삼익악기를 비롯 뉴욕에 진출한 카페베네 등 한국 기업들이 후원하는 페스티벌”이라며 “외교와 기업, 예술가가 만나는 자리”라고 전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비세그라드음악축제 홈페이지]


이처럼 금 예술감독은 남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끊임없이 시도해 ‘음악계의 돈키호테’라고 불린다. 지난해와 올해 tvN 예능프로그램 ‘언제나 칸타레’에 출연한 것도 ‘음대를 나와야 음악인’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악기 초보자라도 독주는 못하겠지만 남들과 합주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부모가 억지로 시킬 때는 안하려고 하던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클라리넷, 첼로를 열심히 배운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예고 교장으로서도 연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봉 전액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은데 이어 지난달 그가 지휘하는 성남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 서울예고 1학년 학생을 객원 연주자로 세웠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에는 없는 색소폰 연주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해외 유명 콩쿠르 출신 등 스펙이 아니라 오직 실력만 보고 뽑았다.

그는 “이 학생이 교내 콩쿠르에서 색소폰을 너무 잘 불길래 성인 연주자 대신 무대에 세웠다”며 “지휘자는 지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있는 연주자를 발견하고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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