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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인 과세’ 분열의 50년史…‘신성불가침 vs 조세형평’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우리나라에 종교인 과세 논쟁이 시작된 지 5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러는 동안 ‘종교계 대 비종교계’, ‘종교계(찬성파) 대 종교계(반대파)’ 등 오래도록 우리사회를 종횡으로 가르는 분열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정부는 올해도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리는 조세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종교계 눈치를 보는 정치권이 미온적이라 공회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속히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 수십년간 사회 통합을 거슬렀던 이 논란의 종지부가 찍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게티이미지]

▶‘똑같은 노동 vs 신성한 사역’=최초 논란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국세청장이었던 이낙선 청장이 성직자에게도 갑종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언명하면서 길고 긴 논쟁의 역사가 시작된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나온 종교계의 반발로 금새 유야무야됐다.

그후 20여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다 1992년에 한 목회자와 교수 간에 벌어진 지상토론을 기점으로 논란이 재부상됐다.

고인이 된 한명수 당시 수원 창훈대교회 목사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손봉호 당시 서울대 교수(전 동덕여대 총장)가 ‘월간목회’ 에 연이어 기고하는 형식으로 릴레이 토론을 벌였고 끝내 공개토론으로까지 이어갔다.

손 교수는 어떤 소득이든 노동의 댓가로 얻은 소득이라면 당연히 법적 과세대상이 돼야 한다면서 신정국가에 살지 않는 한 성직자도 비종교인과 똑같은 과세 의무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목사는 성직자의 사역을 일반근로자의 노동과 일치시켜선 안되기 때문에 과세근거를 동일하게 적용해선 안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때 국세청은 성직자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한번 종교계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간헐적으로 이뤄졌던 논쟁은 2006년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이주성 당시 국세청장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재촉발됐다.

하지만 검찰이 끝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면서 종교인 과세 문제는 또 한번의 벽에 부딪혔다.

[사진=게티이미지]

▶‘국민개세주의 vs 종교활동제약’=그러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부턴 정부가 본격 나서기 시작한다.

2012년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를 앞세워 세법 개정을 강력 추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권 말기란 정치적 핸디캡에 부딪혀 무산됐다.

박근혜 정권 들어와서도 거의 매해 종교인 과세 사항을 세법 개정에 포함시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소득세 ‘원천징수’ 방침을 ‘자진신고·납부’로 바꾸는 등 상당 부분을 양보한 수정안을 제시하며 종교계를 설득하고 있다.

또 정부는 종교인들도 납세권역으로 들어와야 여러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종교인 비과세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종교계도 모든 사람들이 과세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일부 종교단체에선 이미 소득세를 내고 있고, 천주교도 1994년부터 납세를 시작했다. 주요 대형교회들이 목회자들도 자진해서 세금을 납북하고 있다.

▶‘복지혜택 받는 길 vs 실효성 적어’=하지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과세를 반대하는 종교계 측은 소득세 납부가 문제가 아니라 교계 전체가 세(稅) 부담을 지는 물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관의 수입·지출 내역이 공개됨에 따라 자유로운 종교활동의 제약이 주어질 수 있고, 기관이 보유한 각종 시설·자산에도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 발판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효성 면에서도 과세를 정식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미 과세 대상이 되는 대형 종교기관들은 자체적으로 납세하고 있고, 대부분의 성직자들이 받는 급여가 면세점 이하이기 때문이다.

전체 종교인 23만여 명 가운데 4만∼5만 명 정도가 과세 대상이고, 그중 일부 대형 교회를 제외하면 평균 실효 세율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

한 교계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지나치게 오랜 세월동안 ‘뜨거운 감자’가 돼 오고 있다”며 “하루빨리 결론이 나서 우리사회를 나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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