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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재값 폭락... 불안한 한국경제
[헤럴드경제=김윤희·정태일·이슬기 기자]원유와 철광석,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16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세계 자원을 집어삼키던 중국이 지갑을 닫아버린 탓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한국기업들이 채산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은 곧 신흥국의 수요저하로 이어져 우리나라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자동차ㆍ전자 “신흥국 지갑 닫을라”=이번 원자재값 폭락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바로 자동차업계다. 전략시장인 러시아와 중국의 경기침체가 차량구매 감소, 값싼 중국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산업연구소에서 발표한 ‘국제유가 하락 장기화 배경 및 영향’에 따르면, 러시아는 제조업 산업 기반이 견고하지 못하고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아 유가하락에 따른 심각한 경기불황이 예상된다. 또한 루블화 하락으로 러시아에 진출한 자동차업체 전체가 수익성 악화에 허덕일 수 있다 .

경기침체로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아버리면 그동안 중국시장에 사활을 걸었던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악화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약진한 가운데, 중국 소비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자국 브랜드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자업계는 전세계적인 소비 위축으로 인해 수출물량이 줄어들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시아ㆍ아프리카 매출비중이 전체의 20%, 중국은 16%에 달한다. 러시아 등 CIS를 포함한 유럽비중도 21%나 된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자원부국들의 경기가 폭락하면 해외 매출의 급격한 축소를 피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중국 내 입지가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미 화웨이와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4대 업체 점유율이 25%에 근접한 가운데, 이들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점유율을 급격히 확대할 수 있다.

철강업계는 전세계 철강석의 60%를 수입하는 중국이 휘청이면서 제품 가격 하락,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하락은 보통 때라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원자재 가격보다 철강 제품 가격이 더 빨리 떨어져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조선ㆍ정유, 길어지는 ‘고난의 행군’=조선과 정유화학 산업은 원자재 중에서도 유가하락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2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66달러(6.3%)나 뛴 배럴당 45.22달러에 마감했다.

이번 주 들어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시장에서는 주요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이 여전히 공급 초과를 보이고 있어 추세적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석유시추시설 등 해양플랜트 부문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는 저유가로 인해 고난의 시간이 더욱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선박 계약이 파기된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저유가로 해양플랜트를 발주하는 석유시추회사의 재무상황이 어려워져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일 “선주사의 중도급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7034억원 규모의 드릴십 계약이 파기됐다”고 공시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유가 약세는 조선사들의 해양 수주실적을 악화시키는 정도를 넘어 이들의 단기 실적과 재무상태에 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며 “조선 4사의 상반기 영업적자 규모는 약 5조원인데, 그 근본적인 원인은 유가 급락에 따른 석유기업(발주처)의 비용감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사들은 최근 WTI 가격이 30달러대까지 폭락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반토막나면서 2조원 가량의 재고평가손실을 냈다. 원유를 사들인 시점보다 배에 원유를 싣고 들여와 정제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20여일 후 원유가격이 더 떨어져있으면 정유사가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다행히 올 상반기 원유가격이 안정을 되찾고, 저유가로 인한 수요증가로 제2의 호황을 맞았지만 최근 ‘중국발 쇼크’로 상황은 급반전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에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급감까지 예상돼 또다시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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