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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전화한다, 고로 존재한다(I phone, therefore I am)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I think therefore I am)’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이제 ‘나는 전화한다 고로 존재한다(I phone, therefore I am)’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낙서 드로잉 천재’로 불리우는 루마니아 작가 댄 퍼잡스키(54)가 이를 꼬집었다. 작가인 아내 리아 퍼잡스키와 함께다.

댄 퍼잡스키의 벽면 낙서 드로잉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댄ㆍ리아 퍼잡스키 부부가 28일부터 토탈미술관에서 전시를 연다. 타이틀은 ‘지식박물관, 의문과 논평(Knowledge Museum, Doubts & Comments)’다.
댄은 드로잉과 만화로, 리아는 개인적인 리서치를 토대로 한 다이어그램과 연표, 오브제로 작업한다. 댄의 작업은 순발력과 위트가 넘치고, 리아의 작업은 지적이다 못해 편집증적이다. 

댄 퍼잡스키의 벽면 낙서 드로잉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전시는 리아가 다이어그램 등으로 텍스트를 보여주면 댄이 드로잉으로 코멘트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서로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풀어갔다. 10살 때 처음 만났다는 이들 부부는 오랜 세월동안 함께 해 오며 다른 듯 닮은 작업으로 환상의 마리아주(Mariage)를 보여준다.

명작, 대작이 넘치는 전시장들과 비교하면 이들의 전시는 소박하다 못해 볼품없어 보일 정도다. 부부는 “작업을 위해 마커펜 몇 개, 작은 오브제들을 넣은 트렁크 하나만 달랑 들고 왔다”고 했다. 

댄 퍼잡스키의 벽면 낙서 드로잉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복잡 난해한 전시 제목처럼 이들의 작품은 어렵다. 특히 리아의 작업이 그렇다. 깨알같이 흘려 쓴 글씨들은 해독불가다. 지구, 몸, 예술, 문화, 지식, 과학, 우주 등에 대해 ‘주류(Majority)’의 정의에서 벗어나 작가가 주관적인 기준으로 새로운 정의들을 내놨다. 예를 들어 작가가 새로 쓴 예술사에서는 대중에 크게 각인되지 않은 러시아 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Severinovich Malevichㆍ1878-1935)의 작품 ‘검은 사각형’이 추상주의에 미친 영향을 부각시켰다. 

댄 퍼잡스키의 벽면 낙서 드로잉 전경.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댄의 낙서들은 암호같다. 그러나 하나씩 뜯어보면 유머가 넘친다.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해 비판했지만 쓸데없이 진지하지 않다. 오히려 가볍다. ‘I AM’을 ‘I PHONE’으로 바꿔 놓는다던지, 지구를 와이파이 시그널로 그려놓는 식이다. 예술과 자본주의에 대한 유머도 빼놓지 않았다. 달러, 유로, 스위스프랑, 원, 파운드 등 화폐 이름 가운데 ‘제프 쿤스(Jeff Koons)’를 살짝 끼워넣었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타이포그래픽과 오브제를 결합한 리아 퍼잡스키의 작품.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전시를 기획한 신보슬 토탈미술관 큐레이터는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전시다. 전시를 읽고 모두 내 것으로 가지려 하면 어렵다. 다만 작품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생각하며 접근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나하나 보게 된다”고 말했다. 

리아(왼쪽)와 댄.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10월 25일까지.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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