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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서른다섯 홍콩의 젊은 억만장자, 미술의 민주화를 꿈꾸다
거대 유통기업 움직이는 비즈니스맨
中 국립박물관이사 등 아트 컬렉터 명성
아티스트와 큐레이팅 육성 KAF 운영
권오상·최정화 작가 등 한국과 깊은 인연
서울 한남동에 주택까지 구입 자주왕래
최근 ‘YAP’에 220억 등 투자도 활발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미술을 민주화하겠다(Democratize arts).”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다섯. 홍콩의 젊은 억만장자 기업인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애드리언 쳉(Adrian Cheng)의 포부다.

지난 22일 토요일, 한국을 방문한 애드리언 쳉을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만났다. 기업인이 아닌 아트 컬렉터로서다. 국내 일간지로는 첫 단독 인터뷰다.

기업인 쳉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가문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필요하다. 애드리언 쳉은 홍콩 재벌그룹 뉴월드(New World)를 이끄는 쳉 가문의 3대 경영인이다. 뉴월드는 부동산 중심의 뉴월드개발과 아시아 최대 주얼리 그룹 저우다푸(Chow Tai Fook), 백화점ㆍ쇼핑몰ㆍ면세점, 호텔ㆍ리조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과 사바나칼리지오브아트앤디자인(SCAD)에서 각각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는 현재 뉴월드개발 부회장, 저우다푸 이사, 그리고 K11아트파운데이션(KAF) 창립자 겸 명예회장직을 맡아 아버지 헨리 쳉(Henry Cheng) 뉴월드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뉴월드 그룹의 창립자이자 명예회장인 청유퉁(Cheng Yu-tungㆍ90)이다. 청유퉁은 자산 150억달러(약 18조원)를 소유한 억만장자로, 2015년 포브스 선정 세계 71위 부호이면서 홍콩 부호 3위에 올라 있다.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 야외 계단에서 포즈를 취한 애드리언 쳉.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애드리언 쳉의 자산 규모도 만만치 않다.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Wealth-X)는 그의 자산을 44억달러(약 5조2500억원)로 추정, ‘아시아의 젊은 억만장자’ 2위에 꼽기도 했다. 

애드리언 쳉
아트 컬렉터 쳉은 세계 미술시장의 큰 손으로도 꼽힌다. 중국국립박물관 재단 이사, 홍콩 웨스트카오룽문화지구와 M+박물관의 이사회 위원,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위원, 런던 왕립미술관 신탁관리자, 테이트모던 국제 자문위원 등 다양한 직함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설립한 비영리조직 KAF를 통해 중국 현대미술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홍콩 K11에 있는 한국작가 최정화의 작품.
애드리언 쳉이 소유하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 작품.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된 프랑스 작가 릴리 레노 드봐르의 작품. 쳉이 구입했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그는 비즈니스맨과 아트 컬렉터로서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2012년 세계경제포럼은 그를 ‘영 글로벌 리더’에, 포천지는 ‘40세 이하 스타기업인’에 선정했고, 2014년 아트리뷰는 ‘현대미술 파워 100인’에 포함시켰다.

쳉은 최근 한달새 한국 기업 2곳에 투자했다. O2O 커머스 플랫폼인 ‘YAP’에 220억원을, 화장품 브랜드 ‘잇츠스킨’에 180억원 지원을 확정했다.

재벌 가문의 젊은 억만장자는 ‘거침’이 없었고 ‘벽’이 없었다. 대화는 줄곧 이런 식이었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갔었어?”(쳉)

“당연하지! 거기서도 작품을 샀니?”(기자)

“(인스타그램을 보여주며) 물론이지. 프랑스 작가 릴리 레노 드봐르(Lili reynaud dewar) 작품 봤어? 내가 이걸 샀거든.”(쳉)

“어머 정말? 이 작품 사진 나도 갖고 있는데.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주며) 독일 작가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는 어때?”(기자)

“나도 그 작가 좋아해! 다음주에 베를린에서 만나기로 했어.”(쳉)

마치 새로 사귄 친구와 반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는 자리 같았다. 특히 스위스 작가 파멜라 로젠크란츠(Pamela Rosenkranz)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작품”을 연발하며 흥분했다.

쳉은 또한 ‘쿨(Cool)’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혹은 구입한 작품들의 사진을 올려 대중과 소통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작품 사진을 가져다 써도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하지(Why not)?”라고 대답했다. 카카오톡, 밴드 등 다양한 메신저를 쓰고 있다면서, 즉석에서 QR코드를 찍어 카카오톡 친구 등록을 하기도 했다. 
애드리언 쳉의 인스타그램에는 온통 미술작품들 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 혹은 구입한 작품들이다. 사진은 파멜라 로젠크란츠 작품. [출처=애드리안 쳉 인스타그램]

아트 컬렉터로서 쳉의 신념은 확고했다. 미술을 민주화하겠다는 것. 미술관을 짓는 이유도, 미술관에 들여 놓을 미술 작품을 사는 이유도, 미술을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한국을 좋아해 (가수 싸이가 옆집에 사는) 한남동에 집을 얻어두고 자주 왕래한다는 그는 은퇴 후에는 한국에 와서 살고 싶다고 했다. “끈끈한 형ㆍ동생 문화(Emotional bondage)가 좋기 때문”이라고.

다음은 일문일답.

▶KAF의 역할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중국 아티스트들의 창작활동을 돕는 플랫폼이다. 아트 컬렉팅은 물론, 아티스트 레지던시와 함께 국제 교류(Cross-cultural artist exchange)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티스트와 큐레이터를 양성하고 그들을 위한 미술 생태계를 만들어 세상과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지난해부터 프랑스 팔레드도쿄와 파트너십을 진행하고 있는데.

-3년 동안 전시, 레지던스 프로그램, 아티스트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시아 기관으로선 최초의 콜라보레이션 계약이다. 지난해 팔레드도쿄에서 중국 작가들의 전시를 열었고, 현재 상하이에서 프랑스 작가들의 전시를 열고 있다. 퐁피두센터와도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다. 퐁피두에 중국 현대미술 관련 아카이브 구축이 주된 내용이다.

▶한국 작가들과도 아티스트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 있나.

-물론이다. 현재 작가들을 리서치 중이다. 혹시 추천할 작가가 있으면 이메일로 그들의 자료를 보내달라.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갖고 있나.

-K11(뉴월드그룹이 소유한 쇼핑몰)과 관련된 한국 작가들이 있다. 권오상, 최정화, 최우람이다. K11몰에 이들의 작품이 있다. 최정화 작가는 개인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내년 혹은 내후년에 열릴 공공미술 프로젝트 2개를 이 세 작가와 추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도호 작품도 좋아한다. 작품에 내재된 고요함이 좋다. 이 밖에 박선기, 이이남 작가의 작품도 갖고 있다.

▶큐레이팅도 직접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지난해 홍콩에서 장엔리(Zhang Yenli)의 전시를 직접 큐레이팅 한 적이 있다. KAF는 미술관 작품들을 컬렉팅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게오르그 바셀리츠 같은 작가의 회화 작품을 좋아한다. 물론 비디오아트나 설치 작품도 좋아한다. 오는 9월에 개막하는 이스탄불비엔날레에서 프로듀서(chief producer)로 활동하게 됐는데, 여기서 중국 신진작가의 9시간 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아트페어나 비엔날레도 참석하나.

-런던, 뉴욕, 베니스, 스위스 등 웬만한 페어와 비엔날레는 거의 모두 방문한다. 거기서 직접 파티를 열기도 한다.

▶사업과 병행하기에 너무 피곤하지 않나.

-한달에 10개국 정도를 방문한다. 보통 1박 2일 머무르는 일정이다. 아트 관련 업무나 비즈니스를 동시에 보기도 한다. 신체적으로는 힘들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에 즐겁다.

▶비즈니스와 아트는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나.

-뉴월드는 유통 인프라를 갖고 있다. 모스키노, 페라리 같은 럭셔리 패션ㆍ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중국ㆍ홍콩 내 유통도 맡고 있다. 또 이탈리아 투자펀드와 함께 로베르토카발리의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패션, 뷰티를 포함한 뉴월드의 유통 비즈니스는 예술적인 상상력과 창의성에서 영감을 얻는다.

▶작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나. 최근에는 어떤 작품을 샀나.

-작품 리스트는 있지만 세어본 적은 없다. 나는 많은 작품들을 컬렉팅한다. 최근에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릴리 레노 드봐르의 설치 작품을 구입했다(그는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으면 전시된 작품을 모조리 구입한다고 말했다). 구입한 작품들은 2018년 베이징에 완공될 미술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미술품이 탈세나 불법증여의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한국의 아트 컬렉터들은 대부분 미술품 구입을 공개하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술품을 구매하는 목적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K11의 미술품 구매 목적은 전시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K11은 ‘뮤지엄 리테일 스토어(Museum retail store)’를 표방한다. 아트를 접목한 상업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데미안 허스트, 요시토모 나라, 장환 등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쉽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예술의 민주화(Democratizing)가 나의 목표다.

▶그것이 가능한가. 예술 작품은 본래 부유층의 전유물이다. 또 좋은 예술 작품은 비싸다.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좋은 작품이라고 반드시 비쌀 필요가 있나. 또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나. 시간이 지나야 그 가치가 증명되는 작품도 있다. 훌륭한 작품이라도 당대에는 비싸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트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그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In Art We Live”라는 글이 적혀 있다).

amigo@heraldcorp.com

☞뉴월드 그룹은

뉴월드 그룹은 중국ㆍ홍콩을 기반으로 한 ‘유통 공룡’이다. 뉴월드그룹 산하의 뉴월드백화점은 중국 내에서 세번째로 큰 백화점으로 43개 지점을 갖고 있다. 아트몰을 표방하는 K11 쇼핑몰도 포함돼 있다. 쳉은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신념으로 아트와 비즈니스를 결합, 2009년 홍콩에, 2013년 상하이에 각각 전시관 콘셉트의 매장인 K11 아트몰을 열었다. 총 11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저우다푸는 중국과 홍콩에 2400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세계 최대규모 규모의 주얼리 리테일 그룹이다.

뉴월드그룹은 호텔ㆍ리조트도 보유하고 있다. 로즈우드 호텔&리조트, 맨해튼의 칼라일호텔, 비버리힐스의 비버리윌셔호텔 등 50개에 달하는 호텔과 프리미엄 리조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창업주 청유퉁의 손녀딸 소니아 쳉(Sonia Cheng)이 이끌고 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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