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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황해창> 또 다른 ‘김관진’을 키우자
꽉 막혔던 숨통이 확 터진 때문일까. 요 며칠 사이 국정 흐름을 보면 이제 뭔가 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운발 하나 사납다”는 생각도 조금씩 덜어내고 싶다. 사실 그랬다. ‘무박 4일 43시간 21차례 회담’이라면 진기한 기록이다. 곡절 끝에 남북은 첨예한 군사적 대치국면을 걷어내고 결국 대화 기틀을 마련했다. 화약 냄새 진동한 일전불사 상황을 놓고 보면 대단한 반전이다. 

정작 본론은 이제부터다. 어렵사리 이뤄낸 약속들을 또 헌신짝 취급한다면 진풍경 퍼포먼스 하나 남긴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제들이지만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만남부터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나야 말문을 트고 대화가 이뤄져 협의도 하다보면 협상이 되고 결국 협상은 변화를 가져온다. 변화는 곧 새로운 진전이고 이 진전은 또 다른 협상을 불러 다시 대화가 이뤄진다. 굳이 말하자면 소통과 신뢰의 선순환 구조라고 할 수 있겠다.

다행히도 ‘8.25 담판’이후 우리 쪽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공식화에 이어 5.24조치 해제 여부도 후속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또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남북경협 실무부처들도 ’개점휴업‘ 팻말을 거둬들이려 하고 있다. 특히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26일 남북 협상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왠지 불안하다. 협상 전문가 고갈과 또 그 기술 부족 문제가 가볍지 않다. 사실 이번에 무엇보다 ‘김관진 카드’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에게 또 다른 ’김관진‘이 몇 명이나 될까.

누가 봐도 김관진 국가안보수석은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 장군 출신이다. 그의 상대 황병서 북측 대표는 민간출신인데 주렁주렁 수훈장 군복차림을 했다. 거꾸로 외강내유(外剛內柔)를 의식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김 수석은 ‘무섭고 슬픈 눈의 소유자’로 정평 나 있다. 그렇게 규정한 이는 1970년대 유신체제 저항 시 ‘타는 목마름으로’로 유명한 김지하 시인이다.  김 시인은 부친의 과거청산을 위해 자신을 찾아 온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게 ‘문화’와 ‘안보’를 강조했고, 박 후보가 당선되자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의 계속 기용을 간접적으로 간곡히 권유해 화제를 낳았다.

아무튼 이런 김 수석이 계속 남북관계 전면에 나설 순 없다. 또 마냥 교류협력을 당국 주도로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 곧 온다. 말을 할수록 설득력있는데 말을 하지 않으면 더 설득력을 갖춘 협상 전문가를 민관이 키워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에 기대감이 부풀었던 지난해 초, 기자는 삼청동에 있는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반년 코스‘통일경제아카데미’를 수강했는데 그 때 얻은 교훈 하나가 다시 솔깃하다. “저들은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협상학습은 평생 일상화하고 있고 또 체계화 돼 있다. 목표에 대한 인식 차이가 엄청 다르다. 우리는  당국 회담 전에 고작 서너 번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최고수인 저들은 20~30번은 더 한다.”  보기 드문 대북 협상 전문가로 통하는 이관세 전 통일부 차관의 강의 일부다.


황해창기자@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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