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보내면 집안 먹여살리던 시절…한때 온동네 현수막·마을잔치까지 올 6월엔 청년실업률 두자릿수…취업난·학비부담에 위상 추락 “대학가봐야 빚만늘고…” 푸념만
1970년대까지 대학은 우골탑(牛骨塔)이라 일컬어졌다.
‘소 팔고 논 팔아’ 장남을 대학에 보내면 집안을 먹여 살리던 시절이었다.
당시 대학생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장남이 대학에 합격하면 온 동네에 현수막이 나붙고, 부모님은 잔치를 벌였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생이 20만명이 채 안되던 시절 얘기다. 하지만 2015년 현재 대학생 수는 330만명까지 늘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교육을 시켜 자녀를 대학에 보내 봐야 백수 생활 면키도 어려운 시대가 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서 청년 실업률은 9.4%였다. 전체 실업률 3.7%의 2.5배에 달한다. 6월에는 청년 실업률이 10.2%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래 가장 높게 치솟았다.
대졸 청년 51%는 부모에게 얹혀 사는 ‘캥거루족’ 신세가 됐다. 그나마 빚더미에 올라앉지 않으면 다행이다.
실제로 대학교 4학년 오하라(가명ㆍ22)씨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받은 학자금 대출이 35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국 대학생 및 대학원생은 1인당 평균 27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생활비 대출액 역시 2011년 3231억원에서 지난해 6804억원으로 약 2.1배 늘어났다.
전체 학자금 대출 규모도 2010년 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7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사상최악의 취업난과 늘어나는 학비부담에 ‘학사모’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우골탑 신화는 무너진지 오래다.
교육부의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고등교육기관(일반대ㆍ전문대ㆍ교육대 등)에 다 니고 있는 재적 학생 수는 327만4593명으로, 지난해보다 6만3282명이 줄었다. 대학생이 줄어든 것은 지난 1965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1970년 71개이던 일반대학 수도 2012년 189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대학생의 감소는 단순히 학령인구가 줄어들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난 속에서 대학을 가 봐야 빚만 늘고 실익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선(先)취업 후(後)진학’ 계획을 세우는 고교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자 중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하는 비율은 2010년 이후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을 뺀 고교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올해 34.3%로 전년 대비 0.8% 포인트 상승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교육당국이 추진 중인 마이스터고 육성 등 ‘선취업-후진학’ 정책도 대학 진학에 대한 미련을 접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대학에 가지 않고 취업을 먼저 하는 고교생들이 늘고, 그들의 성공신화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두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