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보내면 집안 먹여살리던 시절…한때 온동네 현수막·마을잔치까지 올 6월엔 청년실업률 두자릿수…취업난·학비부담에 위상 추락 “대학가봐야 빚만늘고…” 푸념만

1970년대까지 대학은 우골탑(牛骨塔)이라 일컬어졌다.

‘소 팔고 논 팔아’ 장남을 대학에 보내면 집안을 먹여 살리던 시절이었다.

당시 대학생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장남이 대학에 합격하면 온 동네에 현수막이 나붙고, 부모님은 잔치를 벌였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생이 20만명이 채 안되던 시절 얘기다. 하지만 2015년 현재 대학생 수는 330만명까지 늘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교육을 시켜 자녀를 대학에 보내 봐야 백수 생활 면키도 어려운 시대가 됐다.

<포토>대학가가 개강, “학생들 ‘방 구하기 전쟁’ 中...
개강을 앞둔 대학가에선 지금‘ 방 구하기 전쟁’이 한창이다. 27일 오전 서울 흑석동 중앙대 인근 담벼락 게시판에 하숙과 원룸 광고가 내걸려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서 청년 실업률은 9.4%였다. 전체 실업률 3.7%의 2.5배에 달한다. 6월에는 청년 실업률이 10.2%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래 가장 높게 치솟았다.

대졸 청년 51%는 부모에게 얹혀 사는 ‘캥거루족’ 신세가 됐다. 그나마 빚더미에 올라앉지 않으면 다행이다.

실제로 대학교 4학년 오하라(가명ㆍ22)씨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받은 학자금 대출이 3500만원에 달한다.

<전국 대학생수 330만명…통계작성후 첫 감소> 취직도 안되는데…화려한 학사모의 종언?

지난해 전국 대학생 및 대학원생은 1인당 평균 27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생활비 대출액 역시 2011년 3231억원에서 지난해 6804억원으로 약 2.1배 늘어났다.

전체 학자금 대출 규모도 2010년 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7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사상최악의 취업난과 늘어나는 학비부담에 ‘학사모’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우골탑 신화는 무너진지 오래다.

교육부의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고등교육기관(일반대ㆍ전문대ㆍ교육대 등)에 다 니고 있는 재적 학생 수는 327만4593명으로, 지난해보다 6만3282명이 줄었다. 대학생이 줄어든 것은 지난 1965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1970년 71개이던 일반대학 수도 2012년 189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대학생의 감소는 단순히 학령인구가 줄어들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난 속에서 대학을 가 봐야 빚만 늘고 실익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선(先)취업 후(後)진학’ 계획을 세우는 고교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자 중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하는 비율은 2010년 이후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을 뺀 고교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올해 34.3%로 전년 대비 0.8% 포인트 상승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교육당국이 추진 중인 마이스터고 육성 등 ‘선취업-후진학’ 정책도 대학 진학에 대한 미련을 접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대학에 가지 않고 취업을 먼저 하는 고교생들이 늘고, 그들의 성공신화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두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