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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DERS CAFE] 혈육에 관한 거침없고 서늘한 서술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정용준 지음, 문학동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정용준의 두번째 소설집으로 총 8편의 단편을 실었다. 짧은 이력에도 만만치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거침없음이 서늘하기까지 하다. 여덟편의 이야기는 우리 일상, 특히 혈육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져온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폭력의 실상을 가차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474’의 주인공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보다 누나가 자신을 무서워한 게 더 나쁜 범죄라고 여긴다. 아들은 아버지를 혈육으로 여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주한다. 어렵게 찾아온 아버지에게 “내 피는 당신의 피와 무관”하다며(‘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계속 비참하게 희망없이 외롭게 늙어가라고 속으로 외친다. 자살한 아들의 어미는 6년째 의문을 쫒고(‘안부’), 애완견, 떠돌이개들이 마지막으로 모여 도살되는 형제사육농장(‘개들’) 등 피와 눈물로 얼룩진 얘기들이지만 작가의 시선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냉담하다. 인간사의 심연을 보아버린 듯한 냉정함과 그런 가운데서도 인물들을 품어내려는 포용력이 소설의 탄탄한 그물망을 형성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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