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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벌의 의문의 죽음…농산물 값이 뛴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식물도 짝짓기를 해야 열매를 맺습니다. 1억5000만 년 동안 꿀벌과 같은 곤충이 바로 그런 식물의 짝짓기를 돕는 배달부였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벌의 개체 수는 1980년대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2007년 이후 매년 겨울마다 미국의 꿀벌 떼가 평균 30% 폐사됐고 2012~2013년 겨울을 거치며 캐나다에선 꿀벌 떼가 29%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는 꿀벌의 20%가 사라졌지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려 “꿀벌이 멸종하면 인간은 4년 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센서’를 등에 진 꿀벌들 = 꿀벌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호주 연방과학원(CSIRO)의 연구진들이 꿀벌의 등에 부착하는 마이크로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꿀벌이 살충제와 공기ㆍ물의 오염 등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감지하는 센서인데요. 연구진은 전 세계의 1만 마리의 건강한 꿀벌에 이 센서를 달았습니다. 센서는 꿀벌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벌이 먹는 먹이와 날씨에 관한 정보도 기록합니다.
마이크로 센서를 부착한 꿀벌. [사진=SCIRO]

꿀벌이 운반할 수 있는 꽃가루 양의 3분의 1 정도인 5.4㎎의 센서. 이 센서의 배터리는 벌의 날갯짓으로 인한 진동으로 충전됩니다. 각 센서의 정보는 벌집 안에 넣어둔 신용카드 절반 크기의 수신기로 전송되지요. 단 실험에 쓰이는 꿀벌들은 죽을 때까지 이 센서를 등에 지고 다니며 살아야만 합니다.

“일부 지역의 벌들은 순조롭게 일을 하다가 바로 다음날 갑자기 죽어버립니다.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이 돌아오지 않아서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도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고요. 하지만 인류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알지 못합니다.” 연구를 주도하는 CSIRO 책임연구원 파울로 데 소우자(Paulo de Souza)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설명했습니다.

벌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곤충입니다. 벌의 행동 양식이 변했다는 건 그만큼 벌이 받는 스트레스 요인이 많아졌다는 의미이지요. 데 소우자 교수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센서를 장착한 벌들이 운반하는 꽃가루의 양은 줄어들었지만, 벌의 의문의 죽음을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00대 농작물 중 71%, “벌이 필요해” = 인간이 먹는 농작물 대부분이 재배 과정에서 벌의 수분(受粉) 작용에 도움을 받고 있어 벌 떼 감소는 농가의 경제적 타격과 직결됩니다. 소들의 주 먹이가 되는 건초 재료인 알팔파 풀도 줄어들어 낙농 농가도 영향을 받고 있고요.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1%가 벌의 도움으로 수분 작용을 합니다. 벌의 수분 작용으로 거두는 농작물의 가치는 미국에서만도 160억 달러 규모로 측정됩니다. 
데 소우자 교수는 “인간은 벌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CSIRO 연구원인 사울 커닝햄(Saul Cunningham) 박사는 “사라지는 야생벌에 대한 수요를 양식벌로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벌이 사라지면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양이 줄고 있고 그 결과 야채와 과일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지요.

최근 수개월 사이에 브라질, 멕시코, 뉴질랜드, 영국의 과학자들도 CSIRO의 이번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내년도 세계과학협회에서 공유될 예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나 유전자조작 작물로 인해 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부터 휴대전화가 발산하는 전자파 때문에 방향감각을 잃은 벌이 제집을 찾지 못해 떼죽음을 당한다는 설까지 거론되는데요. 꿀벌의 의문의 죽음을 푸는 해답을 콕 집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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