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의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에서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반환점 당일인 25일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쓰는 결과를 얻어 냈다. 43시간이 넘는 ‘산고(産苦)’ 끝에 나온 남북 고위급 합의문은 무엇보다도 대북관계에서 박 대통령의 일관된 ‘대북원칙론’이 유효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정권에서 반복됐던 ‘북한의 도발과 위기조성, 남측의 타협ㆍ보상, 북측의 재도발’로 요약되는 남북관계의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에는 끊어내고야 말겠다는 박 대통령의 ‘뚝심’이 통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피플앤데이터>[남북 8.25 합의]임기반환점 당일 박 대통령, 남북관계 새 이정표 썼다

이번 남북합의문 도출로 박 대통령으로서는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의 계기 뿐만 아니라 국정 2기 새출발의 확고한 추동력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남북 고위급 협상은 사실상 남북 양측 최고 국정지도자의 대리 회담 성격으로 진행됐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협상 기간 내내 청와대에 머무르면서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관련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번 협상이 진행 중이던 24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 “결코 물러설 사안이 아니다”라며 북측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메시지도 협상장에 그대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최근 잇따른 군사도발에 대해 자신의 소행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명시적으로 ‘사과’라는 표명은 하지 않았지만 김정은 정권이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과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공동합의문에 따라 이산가족상봉 등 민간 분야 교류가 활성화될 경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전날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이번에 대화가 잘 풀린다면 서로 상생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합의문을 계기로 앞으로 대북 정책에서 ‘유연한 대응’ 기조가 힘을 받을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번 남북 간 협상 기간 동안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개월 만에 40%를 넘겼다. ‘확고한 원칙’을 통해 얻어낸 합의문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역대 정권과는 차별화된 통일에 한 걸음 다가서는 대북정책의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을 지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최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