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적 책임 지지 않겠다는 취지와 같아”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진원 기자] 남북 고위급 회담이 나흘간 이어진 마라톤 협상 끝에 타결됐지만, 북측이 표명한 ‘유감’이라는 용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북한은 공동합의문을 통해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측이 요구한 사과 표현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생생용) ‘유감’ 용어 논란…법률적으론 어떤 의미 가질까

유감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으로 풀이된다.

법률상으로도 유감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취지가 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유감이란 용어는 어떤 사태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며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기는 하지만, 실제적인 최종 법적 책임이 자기에게 있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표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만약 유감이라는 표현을 법정에서 사용할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의미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판사는 “법정에서 유감은 자기가 직접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관리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주로 사용한다”이라며 “예를 들면 건설현장 등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룹의 회장이 주로 표현하는 말이다. 직접 사과보다 더 거리감이 있을 때 나온 것으로 죄를 뉘우치는 표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교상으로 유감(regret)은 좀 더 사과에 가까운 표현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이나 외교가에서 ‘사과(apology)’라는 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사과 대신 늘 등장하는 단어가 ‘유감(regret)’이다.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수많은 도발을 일삼아왔지만 시인과 사과 또는 유감을 표명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최근 예로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 여전히 “남측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같은 해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서는 책임을 남쪽으로 돌리고 있다.

다만 이례적으로 1968년 1월21일 발생한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1ㆍ21 사태)에 대해서는 김일성 주석이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사과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내(김일성) 의사나 당의 의사는 아니었다’며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bigroot@heraldcorp.com

<사진>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공동합의문을 도출한 남북 대표단의 모습. <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