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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김다은>그리스 멘토르와 현대적인 멘토
고대 그리스 이타카 왕국에 오디세우스라는 왕이 살았다. 트로이 전쟁에 출정해야만했던 왕은 늦둥이 왕자를 맡길 사람을 고민하다가 가장 믿을 만한 친구로 멘토르를 선택하게 된다. 왕이 떠나고 난 뒤, 멘토르는 아이의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고, 학문적인 스승이자 놀이를 같이하는 친구였으며, 상담자의 역할까지 충실히 담당했다. 오디세우스 왕이 10년 만에 돌아왔을 때, 어린 왕자는 매우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유래한 이야기인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멘토’라는 표현이 이 멘토르라는 인물에서 나왔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멘토’가 지혜와 신뢰로 이끌어주는 사람을 의미하면서, 멘토 프로젝트나 멘토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학습능력과 학습습관 향상 혹은 인간관계 회복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멘토르식 멘토’가 되기 위해서 몇 가지 짚어야할 것이 있어 보인다.

우선, 멘토르는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아이와 동행했다. 그는 짧은 기간에 혹은 일회성으로 급조된 전문가가 아니라, 아이의 곁에서 성장과정을 깊숙하게 지켜볼 수 있는 조건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자칫하면 전쟁터에서 돌아올 수 없는 왕의 아이를 떠맡기 위해서는 어른들 간의 절대적인 우정과 믿음이 필요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목숨을 보호하면서도 전문가적인 식견으로 학문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훌륭하게 성장시켰다는 점이다.

그리스의 멘토르처럼 일인 다역의 특출한 멘토를 우리가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특징인 전문화와 분업화를 응용하면, 현대에도 멘토르식 멘토가 가능하지 않을까. TV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다가 든 생각인데, 자기표현이 뛰어난 송일국 씨와 유머감각이 남다른 이휘재 씨와 운동감각이 특출한 추성훈 씨가 삼둥이와 쌍둥이와 사랑이의 공동 멘토가 되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10년 이상 믿음의 교류를 지속한다면, 아이들의 훌륭한 성장은 물론이고 어려운 상황에 아이를 부탁할 수 있을 정도의 멘토르식 우정도 생겨나지 않을까.

물론 아이를 맡겨야 할 상황이 오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막다른 상황이 와도 아이를 맡길 사람이 곁에 있다고 느껴지면, 그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윤택할까.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그런 멘토를 두겠다는 심정으로 주변의 관계를 재구축해가면 어떨까. 가족이나 친척 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나 친구까지 확대하면, 전문적인 혹은 남다른 특기를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어른들의 장점을 아이들의 공동 자양분으로 제공하면서 신뢰의 관계를 구축해가는 것이다.

한 지인 교수는 “전문가의 능력만 믿을 때와는 달리, 공통 멘토를 염두에 두니 어른들의 관계부터 좋아졌다”며 “심지어 여행으로 떠돌던 한 삼촌이 여러 집안 아이들의 걷기 멘토로 변신했다”고 고백했다. 안산우리정신건강의학과 피상순 원장은 “주변 어른들이 공통 멘토를 할 만큼 지혜로우면 아이들은 저절로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전수받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말인데, 혹여 ‘오로지 내 아이’의 함정에 빠져 힘겹게 사투하는 부모가 있다면, ‘우리 아이들’의 공동 멘토의 가능성을 탐색해보면 어떨까 싶다. 인디안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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