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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 강신명> 우리 문화유산 지키기 경찰이 나선다
8세기 전반 통일신라시대에 국내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조여래입상 등 국보급 문화재를 일본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와 판매를 시도한 문화재 절도단이 최근 검거돼 그 중 4명이 경찰에 구속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중 동조여래입상은 일본으로 반출된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일본 측에 되돌려 주게 되어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이외에도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프랑스에 보관돼 있는 사례에서 보듯이, 한 번 반출이나 유실된 문화재를 회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고 있다.

문화유산은 우리 겨레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보배이다. 훌륭한 문화유산은 우리의 자랑이기 이전에 자존심과 자긍심을 불어넣어 준다. 유럽 등 선진국은 문화재 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광객 유치를 뛰어넘어 새로운 질서 재편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모조품이 진품으로 둔갑하고, 감정가를 부풀리는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85년 이후 도난 문화재 2먼7675점, 도굴 85건 중 4757점만 회수되고 나머지 83%가 여전히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야간 고궁개방 등 ‘문화유산 향유’보다 문화재 관리소홀 문제 등 ‘문화재 안전’에 더 많은 관심(62.4%)을 보였다는 문화재청 조사결과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경찰은 2014년 도난 불교문화재 불법 매매업자 12명과 이를 은닉한 박물관장을 검거하고, 48점을 전부 압수하여 불교계에 되돌려 준 것을 계기로 문화재청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문화재 수사과정에서 발견된 제도개선 사항을 발굴하여 문화재청에 통보하는 등 나름 관심을 기울여왔다.

선진국은 문화재 정책을 문화부에서 담당하면서도 영국의 ‘예술골동품수사팀(AAU)’, 프랑스의 ‘문화재 불법유통 대응센터(OCBC)’, 미국의 ‘문화재·예술 골동품 수사팀’과 같이 경찰에 전문 수사팀을 설치하여 도난 문화재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전문화시켜 왔다.

우리도 문화재 관련 전공자나 수사경험이 풍부한 경찰관을 중심으로 한 소수 정예의 ‘문화재 전문 수사관’을 양성하여 수사를 전종(專從)하도록 하고, 노하우가 축적되도록 준경과화(準警科化)해 장기근무를 유도할 예정이다. 또한 ‘문화유산 수사자문위원’을 위촉하고 문화재청과도 정보공유 등 협업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경찰 대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기성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장기적 안목에서 바라보는 인내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경찰도 단속과 처벌이라는 고전적인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문화유산 회수 등 보호적 관점으로 인식을 완전히 전환하여 명실상부한 ‘문화경찰’로 자리매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 국민 모두가 문화재 지킴이라는 자세와 관련 업계의 자발적 통제 메커니즘이 작동하도록 환골탈태의 노력을 기대하며, 경찰의 이러한 발걸음이 우리 문화유산 보호의 기틀을 다지는데 조그마한 밑거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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