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남북고위급접촉의 결과문인 공동보도문에 담긴 북측의 유감표명이 당초 우리측이 요구한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측은 고위급 접촉 내내 북측에 최근 북측의 지뢰도발과 포격도발 등 연이은 도발에 대한 ‘주체가 분명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했다.

 ”재발방지 약속“ 담지 못한 절반의 성공?

그러나 25일 공개된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문인 공동보도문을 보면 북측은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공동보도문에서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라고 명시됐다.

남북간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위기를 촉발했던 비무장지대(DMZ)내 지뢰도발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이번 유감 표명은 ‘북측’이라고 주체를 표시함으로써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도발 주체’를 비교적 명확하게 적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는 표현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측이 지뢰를 심어 직접 부상을 당하게 했다는 표현보다,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해 북측의 적극적인 도발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가 다소 희석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보다 ‘북측에 의해 지뢰폭발이 일어났고, 이를 통해 남측 군인들에게 부상을 입힌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북측에 의한 도발이라는 의미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온 ‘확실한 사과’를 충족시켰느냐는 논란과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동보도문에서 재발방지 약속을 담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또 북측의 지뢰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자 북측이 DMZ 일대에서 포격도발을 한 것에 대한 언급도 담지 못했다.

물론 북측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수많은 도발을 일삼아왔지만 시인과 사과 또는 유감을 표명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1968년 1월21일 발생한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1·21 사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1976년8월18일), 1996년 9월18일 동해안 북한잠수함 침투사건,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등 수 건에 대해서는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북측이 고위급접촉 직전은 물론 협상기간에도 막판까지 지뢰도발에 대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며, 남측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해온 점에 비춰 볼 때 북측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낸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재발방지 약속 등이 포함되지 않아 북측의 향후 각종 도발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를 했다는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합의문에 북한은 사과가 아닌 유감을 표명했고 포격이나 도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남측은 확성기 방송 중단만 선언했고 철거한다는 얘기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특히 재발방지에 대한 북측의 조치가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은 굉장히 엄중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