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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리 잡아가는 범죄 피해자 인권 보장ㆍ경제적 지원 제도…남은 과제는?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진원 기자] 범죄피해자를 보호ㆍ지원하기 위한 사법당국과 정치권, 민간단체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관련 각종 법령과 제도가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정비되고 있다.

24일 법무부가 강력범죄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피해자들에 대한 주거 지원을 기존보다 대폭 늘리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무관심, 제도적 허점,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인한 범죄 피해자들의 2차ㆍ3차 피해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각지대로는 보복범죄가 꼽힌다.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대법원과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6년 75건이던 보복범죄 수는 2013년 396건으로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상반기에도 196건이 발생했다.

특히 보복범죄 중 70%는 수사 초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가해자가 석방되거나 피의자 조사를 마친 직후에 무방비인 피해자들을 찾아가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

수사현장의 열악한 환경도 범죄피해자가 받는 상처를 가중시키는 또다른 요인으로 지적된다. 적은 인력으로 범인을 잡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피해자 인권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으로 분석된다.

대전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이 수사부서 직원 2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6%가 ‘범죄피해자와 관련 무관심’을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기도 했다.

법원이나 사법당국의 무관심도 개선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담긴 영장 범죄사실을 그대로 사본으로 첨부해 피의자에게 통지하는 기존 관행이나, 범죄피해자의 신상정보 중요성에 대한 사법당국의 무관심이 화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범죄피해자보호법 제 23조는 해당 국가 간 상호보증이 있는 외국인들이 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한국과 상호보증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범죄피해가 발생할 경우 별다른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특히 불법체류자의 경우 범죄피해자가 됐을 때 ‘통보의무면제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부터 강제퇴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겁을 먹고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인권보호의 핵심 축은 ▷범죄자의 엄정한 처벌 ▷범죄 피해 원상회복 또는 배상 ▷가해자의 완전한 개과천선 이후 사회복귀 등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기존에 도입된 범죄피해자 지원ㆍ보호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당국의 부서 간 업무 중복을 최소화하고 예산과 전문성 확보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류경희 경찰교육원 담임교수는 “범죄 피해를 당한 직후 겪게 되는 신체적ㆍ정신적ㆍ경제적 피해들이 적절하게 복구되지 않는다면 피해로 인한 분노와 절망감 등 부정적 감정들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며 제도 활성화를 위해 ▷피해자 전담부서 기능 강화 ▷전담경찰관 전문성 확보 ▷관련 법령ㆍ예산 확보 ▷피해자 지원 유기적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시했다.

범죄자와 피해자에게 들어가는 예산 불균형도 풀어야 할 숙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조성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2011년 623억원, 2012년 632억원, 2013년 684억원, 2014년 594억원이다. 반면 범죄자의 재판ㆍ수용ㆍ교화 등을 위해 투입되는 국가 예산은 연평균 3조원 가량으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 비해 무려 50배 가까이 사용된 것으로 지적된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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