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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김도훈] 청년고용의 미래가 불안하다
한국산업의 미래를 늘 화두로 삼고 살아가는 필자로서는 산업경쟁력이라는 동전의 다른 면 같은 고용시장 사정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근로자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 곧바로 산업의 경쟁력과 연결되고 새로운 산업들이 탄생하는 산업생태계가 활성화되는 첩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지금 우리 정부가 경제구조 개혁이라는 기치 하에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앞서 고용시장의 어려움에 부딪쳤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구조개혁을 추진해 왔던 유럽의 고용시장 사정은 언제나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는 타산지석일 수밖에 없다. 그런 차에 지난 4일부터 파이낸셜타임즈는 ‘새로운 세계의 일(The New World of Work)’이라는 제목으로 유럽 주요국의 고용시장 사정을 다뤄 필자의 주목을 끌었다. 


그 시리즈의 서두에 언급한 프랑스 신규 고용계약의 16%만이 장기이고 나머지는 모두 기간제로 이루어지고 있고, 스페인 청년근로자의 70%가 임시직이며, 유로존 전체로 계산하더라도 15세-24세 사이의 신규고용의 52.4%가 임시직 고용이라는 사실이 작지 않은 충격을 줬다.

우리 고용시장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더욱 그랬음은 물론이다. 유럽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덜 심각한 형태지만 비슷한 현상이 지적되고 있고 심지어 종신고용의 대명사로 알려진 일본에서도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이니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선진국들 모두가 고용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심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정규직의 시대는 저물어가는 걸까? 파이낸셜타임즈가 언급했듯이 신규고용이 비정규직 위주로 변화하게 된 데에는 기업측과 근로자측 모두에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하는 변혁기를 맞아 기업들로서는 (특히 새로운 산업을 론칭하는 스타트업으로서는)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사업을 벌일 때 장기 고용계약보다는 기간제 계약을 선호하게 되고, 근로자들로서도 본인이 갖춘 직업능력으로서는 (이미 더 이상 수요가 없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든지 해서)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 때 임시직 고용시장을 두드려서 점차 변화하는 기술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변화는 우리라고 예외가 아닐 것 같다.

이러한 임시직, 비정규직 위주의 고용 행태는 다른 방면에서 산업발전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 문제이다. 당장 이런임시직 형식의 근로자에 대해 기업들이 장기적인 직업능력 향상에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경영학 시각에서 보면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의 하나가 직원들의 암묵적인 지식 즉, 일하면서 체화된 각종 지식, 경험 등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선 근로자들도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게 필수인데 지금 만연하는 고용형태로는 이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서 무조건 장기계약 형태의 정규직만이 선이라는 주장은 이미 설득력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장기계약을 쉽사리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 높이는 데에만 몰두해서가 아니다.

갈수록 더 치열해지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비용절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고용에서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도입하는 데 사회적 합의를 이룬 독일이 거의 유일하게 실업 문제에서 벗어나 있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 고용시장에서도 유연성 도입을 통한 청년 일자리의 확대를 추구함과 동시에 기업과 정부는 근로자들에게 빠른 산업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훈련기회를 더 확대해 주는 것이 모두가 사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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