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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판 음서제’ 취준생들은 허탈하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직장인 김민주(27ㆍ가명) 씨는 최근에야 약 4년만의 ‘구직 방황’을 끝내고 한 중소기업에 정착했다. 대학 졸업 후 1년만에 한 회사에 입사한 김 씨였지만, 회사가 갑작스레 문을 닫으며 방황은 시작됐다. 김 씨는 “첫 직장의 악몽 때문에 두 번짼 최대한 안정적인 회사를 택했지만 문제는 적은 연봉이었다”며, “두 번째 회사를 나온 뒤 반 년 정도 해외 현지 영어학원에서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어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제대로 된 연수가 아닌데도 해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세 번째 직장은 두 번째보다 훨씬 더 빨리 잡을 수 있었다”면서, “진작 여유가 있어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면 일찌감치 더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최악의 취업난이 계속되며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불안감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학점 및 토익 점수에 신경을 쓰는 등 ‘스펙’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곤 있지만, 노력만으로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적잖은 것.



특히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경제력 등 외부변수가 취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며 저소득층 취준생들은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고 있다.



실제 변금선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가계 소득은 청년들의 취업 이행기간 및 임금수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변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학술지 ‘가구 소득계층에 따른 청년 노동시장 성과의 차이’를 통해 “직업훈련, 자격증 등은 첫 일자리를 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만 임금 수준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임금 수준은 교육 수준과 해외 연수 경험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 자녀가 비록 취업은 빨라도 수입까지 높진 않다는 것이다.



취준생들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취준생 900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지위, 재산 등 여건이 본인 실력보다 취업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64.6%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특히 부모의 능력 가운데서도 ‘직업 등 사회적 지위’가 42.1%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이었다.



취준생 이모(27ㆍ여) 씨도 “주변만 돌아봐도 집안에 여유가 있어 어학연수에 인턴 등의 스펙까지 쌓은 친구들이 대기업에 들어가는 일이 더 흔하다”면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어떻게 이런 스펙을 쌓으란 말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기업에서 직무와 관련없는 영어 점수나 학력 등 단순화된 스펙으로 신입사원을 뽑다보니 기득권 계층에 유리한 구조가 되는 것”이라며, “이런 제도 안에선 개천에서 용이 나길 기대하긴 더 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교수는 “특히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득권들이 자신들의 지위나 자원을 적극 활용하다 보니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더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이를 하루아침에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 민주화’ 등 제도적 차원의 개선을 통해 전체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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