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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묵화같은 미국 대자연의 풍경…안셀 아담스展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만약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모두 불에 타 없어진다면?

그럴리야 없겠지만, 잊을만 하면 터지는 요세미티의 화재 소식은 이러한 우려에 개연성을 보탠다. 만약 정말 언젠가 요세미티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안셀 아담스(Ansel Adamsㆍ1902년-1984)의 흑백 사진들로 사라져버린 대자연의 유산을 기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안셀 아담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풍경사진의 거장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금문교 너머 태평양이 보이는 집에서 자랐다.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14살 때였다. 본래 피아니스트를 꿈꿨으나 요세미티의 웅장한 자연에 반해 본격적으로 사진가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서부 개척시대에 자란 그는 철도와 도로가 건설되면서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목도했다. 카메라를 잡으면서부터는 요세미티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Sierra Club)’에서 환경 운동가로 활동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요세미티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도, 그랜드캐년의 리조트 건설 계획이 무산된 것도 아담스의 역할이 컸다.

1900년대 초 당시에는 그림처럼 흐릿하고 부드러운 사진들이 유행이었다. 아담스는 이러한 ‘회화주의’를 버리고 리얼리티에 충실한 ‘스트레이트 사진’을 찍었다. 경계가 뚜렷하고 흑백 명암이 주는 깊이감이 풍부한 사진들이다. 뉴욕현대미술관 사진과 디렉터인 존 자코우스키는 “아담스는 이른 아침과 저녁의 황혼, 5월의 따뜻한 햇빛과 뜨거운 햇빛의 차이를 분명하게 표현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해 흑백사진의 표현력을 최고로 끌어내도록 한 ‘존시스템(Zone System)’을 고안해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한국의 배병우 작가도 그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개에 휩싸인 페블비치(Pebble Beach)의 사이프러스(Cypressㆍ침엽수의 종류) 사진(1967)이나, 뉴멕시코 북부의 사시나무(1958) 사진처럼, 나무 기둥의 곧은 직선 또는 휘어짐을 강렬하게 표현한 사진들이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과 마치 한 줄기처럼 보인다.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도 아담스의 팬으로 유명하다. 그의 방에 유일하게 걸려 있었던 사진이 안셀 아담스의 ‘시에라 네바다의 겨울 일출’이었다고 전해진다.

안셀 아담스의 국내 첫 대규모 전시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렸다. ‘딸에게 준 선물-안셀 아담스 사진전’이다. SBS, 경향신문, 스포츠서울 언론사 3곳과 환경재단이 주최하고, 사진기획전문회사인 ‘디투시(DtoCㆍ대표 박덕수)’가 주관을 맡았다.
스티브 잡스의 방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아담스의 시에라 네바다의 겨울 일출 사진. 정식 명칭은 ‘겨울일출, 론파인에서 바라본 시에라 네바다, 캘리포니아(Winter Sunrise-Sierra Nevada from Lone Pine, California)’다. 1944년도 작품이다. [사진제공=디투씨]
Zabriskie Point, Death Valley National Park, CA, USA, 1942
Humboldt Redwoods State Park, California, USA, 1959
Yellowstone National Park, Wyoming, USA, 1942
Bridal Veil Fall, Yosemite National Park, California, USA, 1927
Grand Teton National Park, Wyoming, USA, 1942

전시는 오리지널 프린트 72점을 포함해, 아담스의 동료 작가들의 작품까지 총 230여점으로 꾸려졌다. 아담스가 딸에게 선물한 ‘클래식 시리즈’ 컬렉션도 공개됐다.

전시장 1층에는 아담스의 사진과 그의 어시스트이자 사진가인 알렌 로스의 방이 함께 있고, 지하 1층에는 역시 아담스의 사진과 함께 그의 암실 조수이자 디지털작업 전문가인 테드 올랜드, 제자이자 갤러리스트인 밥 콜브레너의 방이 따로 마련됐다. 올랜드를 제외하면 모두 흑백사진들이다.

걸그룹 레인보우의 지숙이 홍보대사를 맡는 등 개막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떠들썩한 홍보 마케팅이 전시가 갖는 무게감과는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게 흠이다. 10월 19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1만5000원, 초ㆍ중ㆍ고등학생 1만원, 유아(만5~6세) 8000원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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