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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드FC ‘10명선 억대연봉’ 시행, 국내외 업계 파장은?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토종 종합격투기대회 로드FC(Road Fighting Championship)가 스타플레이어와 챔피언급 파이터 등 10명선에 ‘억대 연봉’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파이트머니 정책을 내놔 국내외 격투기 시장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아마추어 종합격투기 대회가 태동한 2002년 이래 14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격투기 시장에서 국내 단체가 억대에 달하는 금액을 선수에게 지급키로 한 것은 전례가 없다. 

로드FC로부터 억대 연봉을 보장 받은 미들급 챔프 후쿠다 리키와 헤비급 스타 최홍만(왼쪽부터)

단체마다 금액 차이는 있으나 메인이벤트급 선수가 300만~700만 원, 신예는 20만~100만 원, 중견은 50만~300만 원이 통상적인 대전료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이후 들어선 1000만 원 안팎의 대전료를 받는 국내 단체 선수가 가끔씩 배출되긴 했으나 대전료 공개를 꺼리는 국내 풍토와 겹쳐 업계의 전반적인 파이트머니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과거 2000년대 프라이드FC, K-1, K-1의 종합격투기브랜드 히어로즈ㆍ드림 등 해외 단체에 진출한 한국선수들 중에서는 최홍만 김민수 등 수천만 원의 대전료를 받고 출전하는 선수들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단체가 폐업하거나 위축된 이후로는 고액의 잭팟은 나오지 않았다.

로드FC 라이트급 챔프 권아솔이 이 단체 전 챔프인 UFC 남의철에게 공개적으로 로드FC 복귀를 제안했다(왼쪽부터)

선수로서 큰 돈을 노려볼 수 있는 곳은 현재 세계 최대단체 UFC가 유일하다. UFC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선수들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일부 선수들은 국내 무대를 UFC를 가기 위한 시험무대나 발판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로드FC가 최근 공개적으로 밝힌 새 파이트머니 정책은 안팎으로 선수들에게나 경쟁 대회단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흥행수익 면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로드FC는 왜, 어떻게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것일까. 향후 어떤 전개가 펼쳐질 것인가.

국내 종합격투기 선수 대전료 랭킹 1위인 UFC 김동현. 연봉환산시 2억을 가뿐히 상회한다.

▶억대 연봉, 대전료로 환산하면…실체는?=로드FC의 억대 연봉 지급 소식은 지난 7월 16일 ‘360게임 로드FC 024 IN JAPAN 기자회견’ 당시 정문홍 대표를 통해 전해졌다. 정 대표는 “UFC 만이 꿈의 리그는 아니다. 올해 안에 로드FC에서도 최소 10명 이상의 억대 연봉 선수를 배출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실제 이행에 나서고 있다.

로드FC 측에서 19일 기준 현재 공식적으로 억대연봉을 보장한 선수는 ‘테크노골리앗’ 최홍만, 미들급 챔피언 후쿠다 리키,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 그리고 페더급 챔프 최무겸 대 밴텀급 챔프 이윤준의 슈퍼파이트 승자다. 대회 관계자는 이날 “점차적으로 각 체급 챔피언급에게는 억대 연봉 혜택이 돌아가지 않겠느냐”면서 “그렇게 되면 10명선의 수혜자가 나오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그런데 여기서 용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연봉과 파이트머니는 다른 개념이다. 연봉은 1년간의 지급액이고, 파이트머니는 경기별 지급액이다. 대회사 측도 억대 연봉의 개념을 설명하며 “경기별 대전료가 아니라 1년간의 지급액이 억대가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억대의 최소 액수는 1억원이다. 선수별로 한 해 2~4회 경기에 나선다. 그렇다면 억대연봉 선수는 한 경기당 2500만~5000만 원의 파이트머니를 받는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파이트머니를 최소 2500만 원으로 잡더라도 이는 기존에 로드FC 챔피언급 선수들이 받는 대전료의 몇배에 달하는 큰 액수다. 기존 시장가격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금전적 보상인 것은 틀림없다.

최홍만의 억대 연봉 보장은 그의 화려한 이력으로 볼 때 수긍이 간다. 한때 K-1에서 억대 파이트머니를 받았고, 지난 해 9월 한국대회 레볼루션 2회 대회 때도 8000만 원대의 출전료 계약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 선에서 계약이 이뤄졌거나 약간 삭감됐더라도 억대 연봉은 쉽게 유지된다.

▶UFC 견제 및 글로벌 진출 복안?=로드FC 선수들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파이트머니 등을 검토하는 로드FC 최영기 고문 변호사는 “국내 선수들이 UFC와 계약해 몇 백 만원을 받고 시작하는 것보다, 더 좋은 여건에서 더 많은 파이트머니를 받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자국 선수뿐 아니라, 외국 선수, 로드FC에 소속된 모든 선수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다분히 UFC를 의식한 발언이다. 앞서 정 대표도 UFC와 같은 거대단체가 타 단체의 선수들을 약탈적으로 빼간다면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마침 UFC는 올해 11월 28일 첫 한국대회를 열 예정인 상황이다. 결국 UFC의 돈질에 돈질로 맞대응해 소속 선수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중도 읽힌다.

로드FC의 고연봉 정책은 올해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진출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 많은 돈을 주는 방법으로 해외의 우수한 선수를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로드FC는 토종선수에 국한하지 않는 범국적 차원의 선수 기용, 해외 원정 개최를 글로벌화의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로드FC 자신을 포함한 국내 단체의 기존 선수 기용 방식을 탈피해 외국 선수도 스타성이 있으면 1회용으로 쓰고 버릴 게 아니라 대회의 에이스로 삼는 정책이 필수다.

지난 7월 로드FC 024 일본 대회에서 미들급 챔프에 등극한 UFC 출신 일본인 파이터 후쿠다 리키가 억대 연봉을 보장받은 게 대표 사례로 여겨진다. 만족스러운 페이를 내세워 더 많은 일본 및 해외 우수 선수를 영입하겠다는 전략의 일단이 엿보인다.

▶파이트머니 ‘빈익빈부익부’ 부작용 없나=이번 로드FC의 파이트머니 새 정책은 수혜대상이 챔피언급, 슈퍼스타급으로 국한된다. 100만 원으로 시작하는 신인급 개런티의 인상은 딱히 없는 것으로 대회사는 확인했다. 그렇다면 신인, 중견급으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지지 않을까. 원래 많이 받던 스타급 선수는 더 받고, 많이 받지 못 했던 선수는 제자리이니 말이다.

대회사에 따르면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선수들의 의견이 수렴됐다. 그 결과 상위 선수의 개런티 인상이 동기 부여가 된다는 의견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부정적 의견보다 더 많았다고 전해진다. 어떤 정책이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번 새 연봉정책이 UFC에 진출해 있는 한국 파이터들의 회귀, 즉 역수입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일까. 마침 19일 로드FC 라이트급 챔프 권아솔은 개인적 친분이 있는 UFC 남의철을 향해 “나도 억대 연봉을 약속 받았으다. UFC에 갔지만 나보다 적게 받는 의철 형은 로드FC로 돌아오라”는 자신만만한 메시지를 보냈다.

UFC의 신인급 선수는 남성 8000 달러(950만 원), 여성 5000 달러(600만 원) 선의 출전수당을 받는다. 출전수당과 맞먹는 승리 보너스까지 챙길 경우 두 배를 곱해 생각하면 된다. 2전을 치른 남의철의 현재 대전료가 1만 달러다. 이 금액은 로드FC의 새로운 대우 수준을 밑돌게 된다.

하지만 UFC에서는 이 밖에도 최우수경기상, 최우수KO상, 최우수서브미션상 등 무려 5만 달러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금을 준다. 남의철이 첫 경기에서 최우수경기상을 받아 총액 6만6000 달러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출전료에 관한한 현재 국내 1위는 단연 ‘스턴건’ 김동현이다. 데뷔전 때부터 대전료 2만 달러 포함 4만 달러를 받았으며, 지난 해 3월 존 헤서웨이전에서는 최우수경기상까지 수상해 역대 개인 최고치인 15만6000 달러(1억8500만 원)를 받았다. 직전 경기인 UFC 187 조시 버크먼 전에서는 5만8000 달러 기본에 동급의 승리수당을 더해 11만6000 달러(1억3700만 원)를 받았다. 한해 두 차례 정도 출전하는 그는 연봉으로 치면 2억원을 상회한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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