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Enter 엔터] ‘논란의 강용석’ 즉각 하차 tvN, 우물쭈물 JTBC, 대체 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종합편성채널이 지상파, 케이블과 시청률 경쟁을 벌이며 후발주자로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MC 유재석의 섭외는 꿈도 못 꾸던 때였다. 주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떼토크’가 활개를 쳤고, 태생을 살린 정치 시사 토크를 앞세웠다. 방송인들의 일자리가 갑작스레 늘었다. 온갖 연예인, 정치인이 몰렸다. 그러면서 종편 채널은 물의를 빚은 방송인들의 복귀 창구로 불렸다.

국회의원 출신 방송인 강용석은 케이블(tvN)이 띄우고, 종편(JTBC)가 이미지를 세탁한 대표적인 사례다.

강용석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스캔들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유포, 인터넷 매체를 통해 알려진 여성 블로거 A씨와의 불륜 스캔들로 강용석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A씨의 남편 B씨는 지난 1월 “아내와 강용석의 불륜 행각으로 가정이 파탄났다”며 강용석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맞선다. 강용석은 아니라고, A씨의 남편은 맞다고 주장한다. 8개월 내내 진행 중인 공방전에 강용석의 입장은 한결같지만 지난 18일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카카오톡 메시지와 홍콩 수영장 사진이 또 한 번 공개되며 강용석은 더 난감해졌다. 물론 강용석 측은 사진은 조작 혹은 위조됐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으며, 메시지는 일부 내용을 발췌해 왜곡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개인적인 대화내용이 공개되며 언론에 오르내리는 와중에 강용석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 제작진의 입장도 엇갈린다.

지난 19일 온라인이 떠들썩해진 이후 tvN은 보도자료를 내고 강용석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 중이던 ‘강용석의 고소한 19’에서도 하차한다고 알렸다. 더불어 tvN 측은 “19일 예정이었던 방송도 불방된다”고 했다. 앞서 강용석은 같은 채널의 ‘수요미식회’에서도 하차했다. 채널 측에선 이에 대해 스캔들로 인한 하차라는 언급은 없었다. 한 관계자는 “그런데 사실 시청률도 좋은 편은 아니”라 고민 중인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스캔들이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강용석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 중 가장 영향력을 가진 쪽은 JTBC ‘썰전’이다. ‘썰전’의 경우 정치시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강용석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과 함께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캔들 주인공인 A씨의 남편 B씨는 때문에 “사회적 공신력과 대중의 여론을 선도하는 JTBC가 거짓말이 확인된 강용석을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건 방송 윤리 및 법률에 반하는 것이다”라고 주장, ‘썰전’을 상대로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출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심문기일은 오는 25일이다.

JTBC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논의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정치, 사회 이슈를 다루며 엇갈린 양측의 입장과 생각을 전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강용석을 대체할 출연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련의 스캔들에도 꼼짝하지 않는 JTBC는 현재 상황을 지켜보며 간보기 중이라는 인상을 준다.

강용석은 사실 JTBC를 등에 업고 성공한 방송인이다. ‘썰전’을 통해 자신의 입장과 성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리를 얻었고, ‘유자식 상팔자’를 통해 국회의원 시절 빚어낸 갖가지 물의(아나운서 비하 왜곡 발언 등)를 깨끗이 지웠다. 아이들과 함께 출연한 방송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았고, 방송인으로서도 재능을 보였다. 새로운 이미지가 쌓이며 방송인으로 정착하자 강용석은 심지어 정계 복귀 희망도 공공연히 드러냈다.

물의를 빚고 논란을 만드는 방송인이라고 무조건 TV 출연을 차단할 수는 없다. 다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TV는 브라운관 안의 출연자의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 이미지 세탁을 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제작진의 역할론이 나오는 이유다.

종편과 케이블 채널에선 그러나 논란의 주인공들에게 길을 열어줬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출연자 캐스팅은 제작진의 관점에 따라 선택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케이블이나 종편이 조금 더 쉬운 복귀 통로가 돼주는 부분이 있다”며 “지상파의 경우 파급력과 시청자가 요구하는 공익성, 도덕성 등의 잣대로 논란의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에 위험부담이 크다. 때문에 아예 캐스팅 리스트 자체에 올리지 않는다. 종편 채널 등에선 더 쉽게 접근해 화제성을 얻고자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TV라는 매체가 가진 속성, 방송의 파급력을 고려한 신중함이 요구되는데, 숱한 채널의 난립으로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비지상파 채널, 특히 종편에선 “재미만 있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논란의 주인공이라도 화제성이 있다면 괜찮다”는 입장까지 내세운다.

지난해 4월 독재 옹호, 여성 폄훼 발언으로 논란이 된 함익병을 캐스팅해 화제가 됐던 JTBC ‘뜨거운 네모’ 제작발표회 당시 여운혁 CP는 “우리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이지 정치 프로그램이 아니다. 시청자를 재미있게 해줄 수 있다면 북한의 김정은이라도 데려오겠다”고 했다. 채널 입장에선 프로그램을 위한 전략일 수도 있지만, 이는 자발적인 ‘노이즈 마케팅’이며, 공공재를 사용하는 방송사로서의 책임의식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는 발언이라 해도 무방하다.

뒤늦게 출범한 채널일수록 무한 경쟁이 요구되는 방송가에서 빠르게 자리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운다. 후발주자의 눈물겨운 노력은 그간 숱한 부작용을 낳았다. JTBC 역시 고군분투하며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후 ‘썰전’, ‘마녀사냥’, ‘비정상회담’, ‘냉장고를 부탁해’ 등 히트작을 내며 명실상부 예능 왕국으로 자리잡았다. 지상파를 위협하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의 경쟁력을 가진 채널임에도 책임의식은 빠진 ‘무대포 정신’과 안일함은 혀를 차게 만든다.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