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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정부 파격 지원·편리한 항공노선…해외관광객 불렀다
인천공항-日지방도시 연결 접근성 뛰어나
한국인 관광객 등 유치 황금노선 역할
일반 상점서 구입한 상품도 면세혜택
중국 관광객 ‘폭풍 쇼핑’ 기폭제 작용도


일본 아베 총리가 ‘관광입국(光立)’을 선언했다. 불과 3개월 전인 5월16일이다. 한국관광공사 오사카지사 관할지역인 와카야마현 고야산(高原山)을 방문했을 때다. 현재 순항중인 일본 관광산업은 순풍에 돛을 달게 됐다. 엔저에 기초한 수출장려책을 기본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는 관광산업 호조를 변수로 고려하지 못했다고 한다. 예상 밖의 우군인셈이니 아베정권 입장은 고마울 수 밖에 없다. ‘관광입국’ 선언의 배경이다. 


▶방한 일본인보다 방일 한국인이 더 많은 구조적 이유=지난 6월 중순께 국적항공사가 취항하고 있는 카가와현(香川) 타카마츠시(高松市)에서 항공사 직원과 현청 직원이 찾아왔다. 타카마츠시 여행소비자 프로모션 행사를 함께 하자고 요청했다. 앞서 5월에 인근 에히메현 마츠야마시(愛媛 松山市)에서 한국관광공사가 마츠야마-인천 노선 취항 2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이벤트가 큰 성황을 이뤘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우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마츠야마 소비자행사는 1년 전부터 우리 공사와 국적항공사의 마츠야마지점, 그리고 에히메현청이 함께 준비한 이벤트로, 침체된 방한시장의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마츠야마 여행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600명 규모의 행사장 자리가 꽉 차 일부 소비자들은 서서 행사를 관람해야 했다. 행사 뒤 국적항공사 마츠야마지점의 한달 간 송객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3%나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일본인의 방한이 전년에 비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실적인지라 인접 지역인 타카마츠시의 항공사 지점도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같다.

그러나 메르스(MERS) 악재가 곧 터졌다. 탑승률이 저조해지자, 마츠야마-인천 항공노선은 7월 한달 간 운휴에 들어갔다. 운휴가 결정된 뒤 항공사지점장은 “이번 기회에 한일 관광교류에 대해 구조적 측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무슨 얘기일까. 올해로 취항 20주년을 맞이한 마츠야마-인천 노선은 1995년 당시 일본 지자체의 적극적인 국제항공노선 유치 노력에 따라 개통된 노선이었다. 당시에는 일본인들의 한국관광 수요가 주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국인들의 일본관광 수요가 더 많아졌다. 이런 현상은 인천(서울)에 취항하고 있는 일본의 지방공항(18개 노선)에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현재 일본의 지방공항과 한국의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노선은 한국인 관광객 없이는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런 현상은 한일관계가 악화된 3년 전부터 뚜렷해졌다.

상식적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되면 양 쪽에서 서로를 방문하는 관광객 숫자가 줄어야 할 것 같지만, 방한 일본인만 줄고, 방일 한국인은 이상하게도 늘어나고 있다. 방한 일본인은 전년에 비해 2013년 21.9%, 2014년 17.0%, 2015. 5월까지 14.8% 감소했지만, 방일 한국인은 2013년 23.7%, 2014년 20.5%, 2015. 5월까지는 무려 46.7%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절대수치에서도 2014년 방한 일본인은 228만명인 반면 방일 한국인은 276만명이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일본의 엔화 약세정책이 작용한 측면이 있으나, 한일 양국민이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의 문제와 더불어 한일 간 항공노선의 구조적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자의 문제는 앞으로 사회학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구조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다 쉽게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을 취항하는 항공노선은 일본의 지방도시와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노선이 대부분인데, 이런 노선들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기 편하게 항공시간표가 설정돼 있다. 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객 규모에서 1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카가와현만 해도 인구가 98만5000명에 불과하고, 에히메현도 140만명 정도다. 수도권인구는 물론 전국에서 모여드는 인천공항 이용객수를 감안하면, 구조적으로 방일 한국인이 방한 일본인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당초에 일본인의 해외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개설된 일본의 지방항공노선이 지금은 외국관광객을 유치하는 황금노선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관광입국’총력전 펼치는 일본=일본의 관광에 대한 관심은 아베의 ‘관광입국’ 선언에서 드러난다. 중앙정부 뿐 아니다. 기초지자체까지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은 지난해 10월부터 일상용품(화장품, 식료품, 의류 등)에도 면세 혜택을 확대했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이른바 ‘폭풍 쇼핑(爆買い)’에 불을 붙였다. 일반 상점에서 구입한 상품에 대해 그 자리에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이 제도는 2012년 ‘외국인여행자 소비면세 제도’ 협의회가 발족된 이후 2년도 채 안돼 관련법규가 개정됐으며, 약 10개월 간의 홍보기간 후 지난해 전면 시행됐다. ‘꼼꼼하고, 느린’으로 상징되는 일본 행정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신속한 도입이었다. 

최근 오사카 시의원인 이토 요시카(伊藤良夏)가 오사카시 관광과장을 대동하고 우리 지사를 찾아왔다. 오사카에서도 ‘관광입국’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정책을 벤치마킹하려 한다는 것이다. 시의원과 담당 공무원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에서, ‘관광입국’의 실현을 향한 일본 지도층의 일사불란함이 느껴졌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경험이었다. 


이종훈
한국관광공사 오사카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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