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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베테랑’이 떠올린 ‘막장 재벌 2세의 추억’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나한테 이러고도 뒷감당할 수 있겠어요?”(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의 대사)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베테랑’은 오만과 부조리로 얼룩진 막장 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특히 폭행, 마약, 공무집행방해 등 영화에서 그린 재벌의 반윤리적 행태와 추태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유사 사건들에서 모티프를 얻었기 때문에 베테랑은 사실 대한민국 막장 재벌 2,3세들의 종합판이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물은 최철원(46) 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물류업체 M&M의 전 대표인 최씨는 이른바 ‘맷값 폭행’ 사건으로 5년 전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영화에서 조태오는 회사 앞에서 부당 해고로 항의 시위를 벌이는 화물 운전사를 집무실로 불러 밀린 월급 값으로 폭행을 당하게 한다.

최씨도 2010년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탱크로리 기사를 사무실로 데려와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때렸다.

당시 방망이 한대에 100만원을 쳐줬는데 이렇게 해 총 2000만원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악동’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고 신동학씨가 떠오른다는 반응도 많다.

신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조카이자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장남으로 1994년 영국 유학 중 잠시 귀국해 운전 중 끼어들기를 한 차량을 앞질러 막아선 뒤 폭행을 가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1999년엔 선영묘 도굴사건의 현장검증 때 나타나서 용의자들을 때려 물의를 빚었고, 2000년엔 음주사고를 내고 단속 경관을 매단 채 질주해 중상을 입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를 받았다. 이후 2005년 태국 여행 도중 실족사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동원(30) 씨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돼 작년 초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대그룹 3세인 정모(23) 씨도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적발됐다. 고 정주영 회장의 손녀인 정씨는 지난 2013년 서울 성북동 자신의 집 인근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영화에서 경찰 고위직 출신 인사가 극중 재벌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화물 운전사의 사망 사건을 무마하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대목에서 한화그룹이 연상되기도 한다.

지난 2007년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이 논란이 되자 한화건설 고문으로 있던 최기문 전 경찰청장은 당시 현직에 있던 경찰서장 등에게 사건을 축소·은폐하도록 외압을 넣었다. 이듬해 최 전 청장은 수사 중단을 청탁한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다.

조태오의 ‘갑질’을 보고 ‘땅콩회항’ 사건이 오버랩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작년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을 봉지째 가져다준 승무원을 비행기를 돌려 내리게 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밖에도 재벌가 자녀들 가운데 크고 작은 사건들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거나 법의 심판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면서 특권의식만 갖게 되다보니 제대로 된 현실감각을 기르지 못해 이같은 물의를 빚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경영수업에 앞서 기본적 윤리의식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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