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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이 ‘드론’을 싫어합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연구자가 직접 가기 어려운 지역에 손쉽게 닿을 수 있고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드론. 드론은 항공 촬영뿐만 아니라 동물 생태 연구에서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론으로 인해 야생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한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 이야기는 180도 달라집니다. 마크 디트머 교수가 이끄는 미네소타 대학교 연구진은 드론이 가까이 다가와 비행할수록 곰의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미국 미네소타주 서북쪽에 있는 흑곰 6마리에게 위치추적장치와 심장박동수 감지 센서를 붙인 뒤 2분 단위로 해당 데이터가 연구진에게 전달되도록 했습니다. 이후 거리와 고도를 변화시키며 17대의 드론을 비행시켰고 곰의 건강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명쾌했습니다. 드론이 반경 20m 이내에서 비행할 때 6마리의 곰들의 심장박동수가 모두 증가한 것. 분당 심장박동수는 평균 40~50회나 늘었고 새끼와 함께 있던 어미 곰의 경우에는 무려 4배나 증가했습니다. 한번 빨라진 심장박동이 진정되는 데는 평균 10분이 소요됐는데요. 일부 곰의 경우 무려 200분간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드론이 가까이 다가와 비행하는 동안 곰은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스트레스 지수는 크게 상승했다.

다만 연구진은 더 많은 시간이 지날수록 곰이 드론이라는 기기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지, 이 경우 곰의 심박수는 얼마나 증가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험 대상이었던 6마리 곰들의 심박수가 증가했지만, 이들이 드론에 위협을 가하는 등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디트머 박사는 “실험 장소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곰이 상대적으로 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관측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국와 캐나다 등 일부 농장에서는 거위를 내쫓는 드론인 ‘구스부스터(GooseBuster)’가 이미 쓰이고 있습니다. 기기에 부착된 외장스피커에서 위협적인 소리가 흘러나오면 거위가 겁을 먹고 도망을 가는 건데요. 이처럼 고의적으로 동물을 괴롭히는 드론의 경우, 더 섬세한 도덕적 잣대가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특정 종을 위험에 빠뜨리는 드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셀’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 14일자에 실렸습니다.



* 거위를 쫓기 위해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비행하는 드론 구스부스터. 테스트 영상.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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