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드론으로 인해 야생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한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 이야기는 180도 달라집니다. 마크 디트머 교수가 이끄는 미네소타 대학교 연구진은 드론이 가까이 다가와 비행할수록 곰의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5/08/18/20150818001463_0.jpg)
연구진은 미국 미네소타주 서북쪽에 있는 흑곰 6마리에게 위치추적장치와 심장박동수 감지 센서를 붙인 뒤 2분 단위로 해당 데이터가 연구진에게 전달되도록 했습니다. 이후 거리와 고도를 변화시키며 17대의 드론을 비행시켰고 곰의 건강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명쾌했습니다. 드론이 반경 20m 이내에서 비행할 때 6마리의 곰들의 심장박동수가 모두 증가한 것. 분당 심장박동수는 평균 40~50회나 늘었고 새끼와 함께 있던 어미 곰의 경우에는 무려 4배나 증가했습니다. 한번 빨라진 심장박동이 진정되는 데는 평균 10분이 소요됐는데요. 일부 곰의 경우 무려 200분간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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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가까이 다가와 비행하는 동안 곰은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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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트레스 지수는 크게 상승했다. |
다만 연구진은 더 많은 시간이 지날수록 곰이 드론이라는 기기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지, 이 경우 곰의 심박수는 얼마나 증가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험 대상이었던 6마리 곰들의 심박수가 증가했지만, 이들이 드론에 위협을 가하는 등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디트머 박사는 “실험 장소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곰이 상대적으로 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관측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국와 캐나다 등 일부 농장에서는 거위를 내쫓는 드론인 ‘구스부스터(GooseBuster)’가 이미 쓰이고 있습니다. 기기에 부착된 외장스피커에서 위협적인 소리가 흘러나오면 거위가 겁을 먹고 도망을 가는 건데요. 이처럼 고의적으로 동물을 괴롭히는 드론의 경우, 더 섬세한 도덕적 잣대가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특정 종을 위험에 빠뜨리는 드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셀’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 14일자에 실렸습니다.
* 거위를 쫓기 위해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비행하는 드론 구스부스터. 테스트 영상.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