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엔 21만명 적체 전망
입대하려 휴학후 허송세월
복학도 못하고 알바도 못하고…
사립대에 재학 중인 손모(21) 씨는 스스로를 ‘군포자’(군 입대 포기자)라고 부른다.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3포자’에 더해 ‘4포자’인 셈이다.
손 씨는 2013년 2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가기 위해 무려 15차례에 걸쳐 지원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육군 일반병은 물론 해병대와 육군 특기병, 공군 화학특기병 등 문을 안 두드려본 곳이 없다. 하지만 손 씨는 9개월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만 했다. 손 씨는 지금 대학원 진학 후 전문연구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징병검사에서 현역판정을 받았으나 입영을 못한 사람이 5만여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입영 기준으로 현역병 가용자원은 31만6000명인데, 군이 수용 가능한 자원은 29만2000명으로 2만4000명이 남는다. ▶관련기사 4면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022년까지 입영 적체 누적 규모가 연평균 21만3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현역병 입영적체 현상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손 씨와 달리 지난해 입대에 성공해 운전병으로 복무 중인 대학생 이모(22) 씨는 2013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이후 지난해 7월 입대까지 1년여를 고군분투했다. 이 씨는 “보직보다 시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육군 일반병으로 지원했지만 5번이나 떨어졌다”며 “이후 이것저것 지원해보다 운전병으로 ‘당첨’돼 입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대하려고 휴학했다가 ‘군대 퇴짜’를 맞아 학업도, 아르바이트도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인 친구들이 여럿 있다”고 귀띔했다.
현역병 입영적체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활동을 종료한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는 현역 복무 부적격자의 입대를 차단하는 내용을 39개 혁신과제에 포함시켜 정부에 권고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8598명을 추가 입대시킨 데 이어 올해 9300명 추가 입대시키고 장병 신체검사 기준을 강화해 현역병 입영대상자를 보충역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군 관계자는 “입영적체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입영대상자들이 시간적, 경제적 측면에서 많은 애로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병 복무기간 단축 등 군 전력과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다양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대원ㆍ양영경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