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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대가자!]부사관 준비 사교육 성행…취업난 현주소
부사관 준비 사교육 성행…
장기복무 기회에 연금 매력도
軍사관학교 경쟁률 고공행진



‘신랑감 1위는 민간인, 2위는 군인’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군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비하를 드러내는 농담이었다. 수많은 훈련, 잦은 근무지 변경에 따른 주거지 이동, 분단 국가인 안보 현실에서 늘 생명의 위협을 안고 사는 군인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다.

그런데 ‘격세지감’이다. 기피대상으로 여겨졌던 ‘군인’이라는 직업의 위상이 달라지며 지원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육군사관학교의 입시 경쟁률은 올해 22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18.6대 1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해군사관학교 경쟁률 역시 지난해 23.1대 1에서 올해 25.1: 1로 증가했고, 공군사관학교의 경우엔 올해 33.9대 1을 기록하며 지난해 25.6대 1을 크게 상회했다.

부사관되기도 하늘에 별 따기다.

시험 난이도가 사관학교나 다른 공무원시험에 비해 비교적 낮아 상대적으로 준비가 쉬워 지원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대부분 수험생들이 육ㆍ해ㆍ공 3군에 중복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각 경쟁률은 남군(男軍)의 경우 15~20대 1, 여군은 30대 1 이상을 기록한다.

지원자가 몰리면서 사관학교, 부사관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사교육 시장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대형 입시학원은 사관학교 준비반을 따로 운영하고 있는가 하면, 노량진 등 학원가에는 학사장교와 부사관 준비 전문학원까지 들어선지 오래다.

청년층이 군문(軍門)을 두드리는 가장 큰 요인은 심각한 ‘취업난’ 탓이다. 지난 6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0.2%로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사관학교와 부사관은 장기복무의 기회가 주어지고, 의무복무 뒤 전역하더라도 예전처럼 특채 수준의 우대는 아니지만 일부 가산점을 주는 기업들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또 공무원연금 개혁 이후 군인ㆍ사학연금이 다음 개혁대상으로 손꼽히고 있으나 전역 이후 연금 수령액이 국민연금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도 직업군인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2013년 기준 군인연금 수급자의 월 평균 수령액은 214만9721원에 달했다. 올 2월 기준 국민연금 월 평균 수령액이 35만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액수다.

군인은 아니지만 군에서 근무하는 민간인인 군무원의 인기도 상한가다.

올 7월 실시된 국방부, 육ㆍ해ㆍ공군 4개 기관의 군무원시험 지원현황에 따르면 가장 인기있는 행정 9급(일반) 142명 선발에 7264명이 지원해 평균 51.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무원시험 지원자들이 군무원 지원을 기피해 일반 공무원시험에 비해 경쟁률이 높지 않지만 일반직과 다름 없는 복리후생과 연금 혜택으로 지원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군 당국은 청년들의 장교ㆍ부사관 지원이 늘어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직업으로 군을 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록 ‘샐러리맨 군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군 관계자는 “청년 인재들이 군에 몰리는 것은 안보국방의 미래를 놓고 봤을 때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하지만 사명감과 충성심이 근간인 군을 단순한 직장으로 생각하는 세태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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