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경제발전과 높은 교육열. 2015년 현재 한국사회의 삶의 질을 격상시킨 대표적인 키워드다. 대한민국은 해방 직후 한 명의 아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세 명의 딸을 봉제공장에 보내던 나라에서 이제는 10명 중 7명에 달하는 여성이 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각 분야에서 ‘알파걸’로 활약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임금수준도 3~4배 높아졌다.
하지만 국민연금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정도로 큰 부담이 된 노인부양비와 여전히 존재하는 양성간 임금격차 등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의 대한민국의 또 다른 과제로 남겨져 있다. ▶한때 10명 중 8명이 대학 진학…한국사회 발전의 거름= 1965년부터 1990년까지 국내 대학진학률은 남ㆍ녀 모두 30%대에 불과했다.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은 사교육을 받으며 대학에 진학했지만 대다수의 가정은 ‘한 명의 인재’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나머지 형제자녀들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대학 진학률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자녀 수가 1~2명으로 줄어들면서 부모들의 교육열도 덩달아 높아졌다. 부모들은 ‘하나뿐인 내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투자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2005년께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고학력’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안사람ㆍ바깥사람 옛말…맞벌이가 대세=‘여자가 대학은 나와서 뭐하나’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한국은 1985년까지도 대졸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50%를 간신히 넘는 등 남녀 성역할이 엄격하게 구분된 사회였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들이 2000년대 초반 대거 대학에 진학하면서이같은 사고는 완전히 변화했다. 대학 내에서 ‘총여학생회’ 등 여성주의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진 것. 1980년 46.6%에 불과했던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해 2014년 65.1%로 늘었다. 반면 대졸 남성은 1980년 95.1% 가량이 경제활동에 참가해 대학만 나오면취업할 수 있었지만, 최근 고용불안으로 대졸남성의 취업률은 88.8%로 줄었다. ▶3~4배 늘어난 월급…남녀간 격차는 여전= 월 평균 임금도 경제발전 속도에 맞춰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20년 전인 1993년 49만1000원에 불과했던 여성임금은 2014년 209만원으로 4.2배 늘었다. 남성 임금도 86만8000원에서 312만2000원까지 증가했다. 남녀간 임금격차는 여전하다. 1993년 56.6%였던 남성대비 여성의 임금은 이후 5년 단위 조사에서 꾸준히 좁혀져 현재는 67%에 이른다. 하지만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남녀간 임금격차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GDP는 대폭 늘었는데…‘찔끔’ 증가한 기업고용률= 삼성, LG 등 대기업은 한국의 경제발전속도와 궤를 같이 해 전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외적 성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듯하다. 1964년 52%였던 고용률은 2014년 60.2%로 8.2%p늘었다. 특히 올해 3월의 경우 15세~29세 청년 고용율이 1984년 이후 최저치인 38.7%로 떨어져 박근혜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고아수출국에서 영아사망률 1000명 중 3명= 한국전쟁직후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던 대한민국은 의학의 발전과 자녀수 감소로 인해 영아사망률이 크게 감소했다. 1985년 1000명 당 12.5명이었던 영아사망률은 현재는 3명으로 9.5명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두 명 이상의 자녀를 갖는 가정이 드물어졌고, 한국은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하면서 또 다른 사회적 고민을 안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인구…부양비는 국가과제= 국내 의료기술이 발전은 지난 70년간 우리를 각종 질병의 위험에서 자유롭게 했다. 그 결과 기대수명은 1970년 61.9세에서 2013년 81.9세로 20세 가량 증가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인구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199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19만5000명으로 전체의 5.1%에 불과했으나 2016년 노인인구는 658만5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인구 중 13.4%를 차지하는 수치다.
노령인구의 비중을 나타내는 노령화지수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노령화지수가 30을 넘을 때 노령화사회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2006년에 노령화지수가 34.3에 도달했으며 2010년에는 67.7로 급속한 노령화를 보여주고 있다. 2016년에는 100.7로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2020년에는 125.9로 노인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