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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여형구] 깐깐한 연비 검증, 명분이 있는 이유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격, 성능만큼이나 소비자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포인트 중 하나가 연비일 것이다. 자동차 기호나 판매량 자체에 큰 영향을 주는 연비는 그래서 소비자나 자동차 메이커나 굉장히 민감한 이슈다.

그런데 연비라는 녀석(?)은 묘하다. 정체가 알쏭달쏭할 때가 많다. 일단 소비자가 체감하는 연비는 단순 비교가 쉽지 않다. 기계적 성능 뿐만 아니라 주행 환경이나 주행습관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연비의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그동안 정부의 고민이 깊었다. 자동차 연비 측정 제도를 살펴보자. 이 제도는 자동차 성능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판단을 돕고, 제작사가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도록 장려해 교통안전과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그런데 연비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느냐에 따라 측정 연비와 소비자가 실제 느끼는 체감 연비의 차이가 작아질 수도, 커질 수도 있어서 측정방식을 신중히 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뻥연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연비 관련 정책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국토부, 산업부, 환경부에서 공동으로 기준을 마련하고 연비 사후검증은 국토교통부로 일원화됐다.

주목되는 것은 측정 절차도 많이 보강됐다는 점이다. 우선적으로 연비측정이 1차 조사와 2차 조사로 구분ㆍ시행된다. 2차 조사 시에는 1차 조사기관과 다른 시험기관에서 시험토록 하여 객관성을 높였다. 1차 조사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이 하고 2차 조사는 산업부 산하 자동차부품연구원, 한국석유관리원 등이 맡도록 결정됐다.또 2차 측정 때도 주행저항값(자동차가 주행할 때 받는 공기저항과 도로마찰을 수치화한 것)은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측정한 수치를 사용키로 했다. 2차 조사까지 했을 때는 1, 2차 조사한 차량 연비의 평균값을 내기로 했다. 특히 1차 측정 때도 업체가 원하면 차량을 3대까지 테스트하기로 했다.

둘째, 연비 시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인 주행 저항값을 제조사가 제공하는 수치를 쓰는 대신 국토부에서 직접 측정하도록 바꾸었다.

셋째, 제조사가 밝힌 연비가 실제 측정치와 허용 오차를 벗어나 부적합 판정을 내리는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개선했다.

이처럼 연비검증이 깐깐해지자 지금까지 보기 드물었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업계가 새로운 차종을 출시하면서 연비를 기존모델보다 낮게 신고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자동차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주었다는 점에서는 비판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을 펼치는 입장에서 볼 때, 제대로 된 연비 정보제공을 통해 연비 관련 논란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새로운 연비 제도가 그만큼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를 정확하게 표시하도록 유도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 업체들이 기술개발 경쟁에 더욱 매진하게 된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업체들도 신형 변속기 등 연비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금년에 발표한 일부 신차종의 연비는 동급 수입차 연비를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정부 차원의 엄격한 연비 검증이 일조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연비는 소비자 구매 결정의 중요 요소이자 제조사의 기술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깐깐한 연비 검증을 통해 소비자에게는 정확한 연비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해 나갈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는 부처 간 중복 규제로 인한 행정부담은 덜어주되, 엄격한 기준에 의한 기술개발을 통한 연비제고를 독려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연비정보를 제공하고,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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