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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ㆍ마산에서까지 원정투자”…노원 주공단지 투자자들 표적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인천에 사는 주부 임모(52) 씨는 지난해 10월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전용 45㎡을 1억7500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이후 집은 30대 젊은 부부에게 월 30만원 월세(보증금 5000만원)로 내줬다. 임 씨는 “노원엔 연고도 없고 그쪽으로 이사가 살 일도 없지만 당장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고, 장기적으론 시세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장만해뒀다”고 했다.

올 상반기 서울 노원구의 소형 아파트 인기가 치솟았다. 그간 이곳 중개업소를 찾는 주된 수요층은 직접 들어가 살만한 저렴한 소형 아파트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외지에서 들어온 투자수요까지 크게 늘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이 전한다. 이곳에선 처음으로 재건축 건축심의를 통과한 곳도 등장했다.

투자수요를 이끈 요인은 일단 저금리다. 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지자 저렴한 소형 아파트를 사둬서 활용하려는 유인이 커졌다. 
노원구 상계동의 주공아파트로 실수요자들과 투자수요가 동시에 몰리고 있다. 상계8단지는 최근 재건축 건축심의를 통과하며 사업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상계주공9단지 인근 대신공인 최영철 대표는 “전용 60㎡짜리가 연초에는 1억8000만원선에 거래됐는데 반년 사이에 2000만원 정도 매매가격이 뛰었다”며 “외부 수요자들이 오른 호가에도 계약을 맺은 결과가 가격에 반영됐다”고 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확인해보니 9단지의 지난해 상반기 매매 거래량은 100건, 올해는 145건으로 늘었다.

지난 2월 서울시가 ‘창동ㆍ상계 신경제중심지’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도 투자자 유입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계획의 골자는 창동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을 이전하고 남은 38만㎡의 초대형 부지에 대규모 복합시설을 꾸미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부지에서 가장 가까운 7ㆍ10단지가 조명을 받았다. 특히 지하철 4ㆍ7호선 더블 역세권 이점까지 있는 7단지는 프리미엄을 안고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곳의 전용 49㎡의 지난해 1분기 실거래가 평균금액은 2억4000만원대였으나 올해 상반기 평균 매매가는 2억70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거래금액이 3억원을 찍은 사례도 나왔다.

10단지의 실거래가 평균(전용 49㎡ 기준)은 지난해 상반기 2억204만원에서 올해 2억2536만원으로 뛰었다.

연세공인 박선희 대표는 “7단지는 이미 가격대가 부담스러워져서 투자성이 있으면서 가격이 아직까진 만만한 10단지로 하나 사두겠다는 수요가 올초부터 늘었다”며 “투자자들은 일단 위치를 보고 장기적으론 재건축을 감안해서 지분율도 따지는데, 지분율이 높은 전용 60, 68㎡은 매물이 달린다”고 했다. 이 단지의 상반기에 96건 거래돼 지난해 동기(70건)보다 37% 늘었다.

투자자들의 손길은 비단 상계동에만 닿지 않는다. 일례로 중계주공5단지는 지난 6월 18건이 거래됐는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가운데 13채는 대구ㆍ구미에 사는 사람들이 사들인 것이었다. 
상계8단지 1블록의 재건축 조감도. [자료=서울시]

플러스공인 관계자는 “대구, 경북에서 집값, 전셋값 할 것 없이 2배씩 뛰니까 잉여자금으로 서울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주말에는 단체로 단지를 찾았는데 마치 중국인 관광객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지난 11일 열린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는 상계주공8단지가 건축심의가 통과하기도 했다. 현재 5층짜리 18개 동 830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재건축을 마친 뒤 30층짜리 고층 아파트(1062가구)로 탈바꿈한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이번 건축위원회에서 지적된 내용을 보완하고 주민총회를 거치면 오는 10월께엔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상계8단지는 재건축 가능 연한이 도래하지 않았음에도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안전진단에서 건물구조에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재건축 가능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머지 상계동 주공단지들은 준공 30년이 되는 오는 2018년 이후에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 용적률과 대지지분이 각 단지마다 천차만별이어서 재건축 사업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내년부터 대출규제가 상반기 시행되면 상계동 단지에도 거시환경은 나빠지는 셈”이라며 “재건축 전망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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