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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학교 성폭력 일상화…성범죄 피해장소 1위 ‘교실’
‘교실’ ‘학교 안’ ‘학교 주변’ 등 학교가 중고생 성범죄 1위
가해자의 절반 이상이 피해자와 똑같은 10대 청소년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 간 일상적인 성폭력 심각한 문제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절반 정도가 학교에서, 같은 또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를 당했다고 말한 중ㆍ고생 10명 중 4명은 피해장소가 학교였다. 가해자 10명 중 5명은 피해자와 같은 또래인 10대였다.

서울 모 공립고 성범죄 교사 파문도 계속 확산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성폭력이 일상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청소년 대상 범죄피해조사(2014)’가 전국 7109명의 중ㆍ고생을 표본추출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이 가운데 3.4%인 245명이 지난 1년간(2013년 2학기 초∼2014년 여름방학) 성범죄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장소를 살펴보면 중학생(115명)의 경우 ‘학교 교실’이 30.4%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다 ‘학교 교실 이외의 학교 안(9.6%)’, ‘학교 주변의 길가(3.5%)’를 합치면 중학생 성범죄의 43.5%가 학교나 학교주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간의 66.7%, 강간미수의 27.3%, 심한 추행의 20.0%, 가벼운 추행의 29.9%, 성희롱의 31%가 ‘학교 교실’에서 발생했다.

학교 이외 피해장소는 ‘기차, 지하철, 버스, 자동차 안(9.6%)’, ‘피해자의 집(5.2%)’, ‘공원이나 유원지 등 야외의 한적한 곳(4.3%)’, ‘번화한 길거리(4.3%)’ 등의 순이었다.

고등학생(130명)도 성범죄 피해장소가 주로 학교였다.

‘학교 교실’에서 성범죄를 당했다는 응답은 23.1%로 가장 많았다. ‘교실 이외의 학교 안(9.2%)’, ‘학교주변의 길가(3.1%)’를 합치면 35.4%가 학교에서 성범죄가 일어났다.

학교를 뺀 나머지는 ‘기차, 지하철, 버스, 자동차 안(22.3%)’, ‘공원이나 유원지 등 야외의 한적한 곳(4.6%)’, ‘피해자의 집(3.8%)’, ‘번화한 길거리(3.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또래인 1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해자가 1명일 경우 가해자의 연령은 10대가 4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이상(15.5%), 30대(11.7%), 20대(11.1%) 등의 순이었다.

가해자가 2명 이상일 경우 가해자 연령은 10대가 66.7%로 나타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연성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소년 성범죄에 대해 언론이 주로 성범죄 교사, 학교 침입 바바리맨, 가출 청소년 성매매 등 특수하고 충격적인 사례에만 집중하는 탓에 소수의 사례가 마치 전체인 양 인식되게 하는 측면이 있다”며 “진짜 현실은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끼리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학교는 친구, 선생님 등 가장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공간이고, 대부분의 시간도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학교에서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가해자는 성폭력이 친밀감의 표현이나 장난이라고 하지만 피해자는 심한 고통을 겪는다는 게 10대 간 성폭력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했다.

경찰과 학교 당국이 학생의 성범죄 피해를 인지하고 해결하는 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사 결과, 성범죄 피해 학생들의 62.0%는 ‘피해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렸다’고 했고, 38.0%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다행히 피해사실을 알린 비율이 더 높았지만 그마저도 친구인 경우가 42.9%에 달했다. 경찰에 알렸다는 답은 6.9%, 선생님은 7.3%에 그쳤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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