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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한석희] 롯데사태 그 이후?…‘헐값 한국’?
“껌 팔던 회사 롯데“ 드라마는 진행형이다. 언제 끝날지, 어떻게 결말이 날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들어가고 있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상류사회(?)의 치부가 모두 드러난 것도 모자라,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순간에도 여러개의 복선이 깔리고, 반전이 예고된다. 얼핏 보면 흥미진진 그 자체다. 하지만 하루이틀 보다 보면 뻔하다. 우선 이름에 걸맞지 않은 연기력의 주연에, 뻔한 스토리에 보는 이들은 하나 둘 지쳐간다.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등 한국에선 모두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의 어눌한(?) 대사 처리에 보는 이들의 실망감은 커진다. 급기야 ‘정체성 논란’까지 불거진다. 여기에 형편없는 연기력까지 겹쳤으니 C급 드라마의 요소는 모두 갖춘 셈이다. ‘CEO 디스카운트’다.

여기서 끝이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다. 이번 ‘롯데 드라마’에는 또 다른 양념(?)거리가 곁들여 졌다.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치인들이 있는가 하면, 지금까지 팔장을 끼고 있던 당국도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감 놔라 배 놔라’한다. 막장 스토리에 실력 없는 주연과 조연들로 이뤄진 배역은 “한국기업은 다 그렇지…”라는 관전평만 쏟아내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 붙던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의 기업들은 ‘코리아’만 붙으면 헐값신세가 된다. 이번 롯데 드라마 역시 어떻게 결말이 나든 종착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여기에 ‘CEO 디스카운트’까지 겹쳤으니 오죽하겠는가.

간판급 주연인 신 회장이 카메라 앞에 고개를 숙이고, 호텔롯데 기업공개 추진ㆍ순환출자 80% 해소ㆍ지배구조 개선 TFT 출범 등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이유도 ‘예전 경험’ 때문이다. 롯데와 같은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애기다. 그 때마다 종착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지 않았나. 신 총괄회장이나 신 회장, 신동빈 전 부회장 같은 주연급들은 물론 조연들까지 나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 편의 드라마에 화룡정점이 되곤 하는 감칠 맛 나는 조연들의 명연기는 바라지 않는다. 명연기는 못하더라도 극의 줄거리를 이해하고, 정확한 대사를 외워서 연기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드라마에 출연하는 조연들은 하나같이 아마추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가 제왕적 지배구조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지금 터져 나온 전혀 새로운 애기가 아니다. 롯데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광윤사나 L투자회사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애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정부는 판이 커지고 나서야, 아니 막장 드라마 요소까지 갖추고 나서야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며 떠들썩이다.

경제라는 큰 판에서 정치와 정부는 조연이다. 조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하면 이번 롯데 사태에서 처럼 불똥이 혹여 자기들에게 튈 까봐 전전긍긍하는 이들만 만들어 낸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조연이 아닌, 평상시에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려 하는 조연이 있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무한재생도 끊어진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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