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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필수] “아무거나”와 “그것만 빼고”
꼭 이런 사람들 있다. “나는 아무거나 좋으니, 알아서들 시켜” 그래서 고르면 “날도 이런데 그건 좀 그렇다” 그래서 다른 걸로 바꾸면 “그건 좀 헤비(heavy)하지 않나” 어쩌라고. 이른바 ‘자율 같은 타율’, ‘상향식 같은 하향식’이다.

음식주문 얘기를 꺼낸 건 공모제(공개모집)와 임명제라는 인사제도 때문이다. 그리고 두 인사제도를 얘기하려는 건 정부부처 산하 기관장 인선 때마다 불거지는 잡음들 때문이다. 

문화계도 인사 때문에 시끄러웠다. 지난해 말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서울시 산하 기관장 자리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다행히 국립오페라단 단장,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등 빈 자리가 속속 채워졌다. 한국관광공사 신임사장도 지난 10일 임명됐다. 이제 얼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자리만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이 자리는 지난달말 공모가 다시 시작됐으니, 두세 달쯤 더 기다려야 한다.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공모제로 뽑는다. 앞서 뽑힌 국립오페라단 단장과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는 임명제로 앉았다.

공모제와 임명제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공모제가 좀더 민주적(절차상)일 수 있으나 비효율적(시간상)이고, 임명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일방적 낙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답은 없다.

공모제(처음은 추천제)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시작돼 원칙처럼 자리잡았다. ‘낙하산’ 논란을 배제하고, 능력있는 전문인력을 뽑는다는 취지였다. 이제 공모제는 대부분 정부부처의 산하기관장을 뽑을 때 적용된다. 공모제가 원활하게 돌아갔으면 잡음이 적었을 터다. 하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특히 음식주문 때처럼 ‘자율 같은 타율’, ‘상향식 같은 하향식’으로 운영돼 말이 많았다. 그러니 공모제로 뽑아놔도 낙하산이니 파벌이니 논란이 불거졌다. 국립현대미술관장 자리가 단적인 사례다. 첫 공모에서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재공모에 들어갔다. 새로 임명된 한국관광공사 신임사장에 대해서도 낙하산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캠프 출신인데다 관광과는 거리가 있는 경력(국토교통부 차관 출신) 때문이다.

자꾸 이렇게 일그러진 그림이 그려지는 이유는 ‘공모제 얼굴을 한 임명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모제라는 장막에 가려 나중에 부적격 인사에 대한 책임소재마저 불분명해진다. 이럴 거면 명실상부한 임명제로 바꿔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게 맞다. 이게 애초부터 부적격 인사 낙점을 주저하게 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공모-임원추천위원회의 후보 결정-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문체부 장관 제청-대통령 임명’(한국관광공사 사장의 경우) 또는 ‘공모-인사혁신처 선발심의위원회 추천 및 사전심사-문체부 개방형직위 임용심사위원회-문체부 장관 임용’(국립현대미술관장의 경우)과 같은 여러 절차를 거친 후 낙하산 논란에 휩싸여서 또는 “이건 좀 아니다”며 원점으로 돌아가는 건 좁게는 해당 업계를, 넓게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한번씩 이럴 때마다 해당 기관은 또 3~4개월 선장 없는 배가 된다.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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