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휴일 앞두고 불거진 워킹맘 ‘독박’ 육아 논란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정부가 광복절 전날인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워킹맘’들의 마음이 복잡하다.

‘덤’으로 느껴지는 공휴일 지정 소식에 처음엔 반색하다가도, 아이들도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가지 않으니 속 시원하게 쉬기도 여렵겠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물론 대다수 워킹맘들은 아이들과 뜻있는 프로그램을 엮어 연휴를 보람차게 보낼 궁리를 하지만, 회사일과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왔던 상당수 수퍼우먼들은 다리 쭉 뻗고 쉬지 못한 채 ‘독박 육아’ 현실을 다시 한번 곱씹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독박‘육아란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의미로, 시댁, 친정 등 보조 양육자 없이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상황을 가리키는 ‘속어’다.

남편이 지방에 근무하고, 멀리 떨어져사는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결혼 4년차 ‘워킹맘’ 박선영(35ㆍ가명)씨는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려 수영장, 공원등을 찾아 놀아줬지만, 점점 ‘나 혼자 모든 걸 책임진다’는 생각에 기운이 빠진다”면서 “14일 임시공휴일에 또 아이와 씨름을 해야하는데, 어린이집이 쉬지 않는다면, 오전이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임시공휴일에 대다수 어린이집도 당직자들을 제외하고는 교사들을 쉬게하면서 몇몇 워킹맘들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을 ‘독박 육아’라는 표현으로 드러내자, 몇몇 인터넷 모바일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워킹맘이 맘 편히 쉬게 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남편의 도와주지 않으면 점점 자녀들이 멀리 하게 된다는 점을 가장들이 알아야 한다‘면서 워킹맘들의 심정을 이해해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엄마라는 사람이 육아문제를 ‘독박’으로 표현한 것이 적절한가. 그러려면 왜 아이를 낳았냐”라는 지적도 나오고 “어린이집 교사도 워킹맘이다. 어린이집 교사는 쉬지도 말라는 거냐”라는 비판론까지 가세하며 논점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들 외가나 본가 조부모의 육아 지원에 대해서도 “그 분들이야 말로 이제 쉬시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보인다.

워킹맘 김모(33ㆍ여) 씨는 “회사가 쉬어도 애 둘 데리고 놀아야 하니 임시공휴일이 의미가 없다”면서 “남편이 육아를 도와주면 좋겠지만, 애는 마치 나 혼자 낳은 것처럼 집에 와서 하는 일이라곤 자거나 TV 보는 것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보니 어린이집 휴원을 아쉬워하는 엄마들도 적잖다. 어린이집에서 임시공휴일에 출근하는 부모들을 위해 긴급보육 등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아이가 홀로 등원했다가 천덕꾸러기가 될까봐 쉽사리 신청하긴 어렵다.

보육교사 이모 씨는 “말이 임시공휴일이지 상당수 보육교사들은 14일에도 당직을 각오하고 있다”고 씁쓸함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 김모 씨는 “일부 부모들은 보육교사도 ‘직장인’이란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킹맘의 푸념은 휴일 당직을 해야하는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달갑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독박육아란 단어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대학생 최모(21) 씨는 “자기 자식을 키우는 게 얼마나 싫으면 ‘독박’이란 표현을 쓰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또 직장인 최모(30) 씨도 “나중에 부모가 나이들면 자식도 ‘독박 부양’이라고 생각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래도 가족들의 상호 이해 속에 ‘공휴일 육아’의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다.

직장인 김모 씨는 “양육은 당연히 남편과 분담해야 하는 건데 그렇지 못하니 이런 단어까지 생긴 것 같다”면서 “애는 당연히 엄마가 봐야 하는 거고, 독박육아라고 힘들어하는 건 엄마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게 더 가혹하다”고 했다.

워킹맘 김 씨도 “아이가 예쁜 건 엄마로서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애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도 육아가 힘든 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면서도, “엄마들도 어린이집을 ‘내 몸 편하려고 아이 맡겨두는 곳’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