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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손 없는 당구인, 화천 3쿠션대회 당당 출전 ‘감동’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최근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3쿠션 대회에서 양손이 없는 당구 동호인이 다른 참가자들과 당당하게 실력을 겨룬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국의 아마추어 당구 고수들이 출전한 ‘2015 물의나라 화천 쪽배축제 3쿠션 페스티벌’에 참가한 당구 동호인 김광욱(54) 씨가 주인공이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참가자들은 그에게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강원도 유력일간지 강원도민일보는 지난 8일 사업실패와 불의의 사고로 양손을 잃는 인생역정을 겪은 끝에 지난 2011년 화천에 정착,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는 김 씨의 ‘당구 인생’을 기획기사로 자세히 보도했다. 
‘양손 없는 당구인’ 김광욱 씨가 차분한 자세로 스트로크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강원도민일보]

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김 씨는 고교 2년때 친구들과 당구를 접한 뒤 졸업 당시는 당구수지 300점 급의 실력을 쌓고 지역 고수들과 겨룰 만큼 고수의 반열에 올랐다. 경북 구미의 한 전자제품 제조업체에 취직해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바빠서 당구 큐를 잡는 일이 드물었다.

그는 지난 1985년 자신의 인생을 절망에 빠뜨린 대형 사고를 당한다. 친구들과 간 야유회에서 가스 폭발 사고를 당해 양손을 잃는 큰 부상을 입은 것이다. 한동안 깊은 실의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은 그는 ‘당구를 다시 칠 수 있다면 다른 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놓았던 당구 큐를 다시 들었다.

당구에선 한 손으로 큐를 잡아 스트로크를 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큐가 정해진 경로대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고정시키는 브리지를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양손이 없이 당구를 친다는 것은 얼핏 생각해도 어려운 일이다.

김 씨는 오른 팔 끝에 고무밴드를 달아 큐를 잡았고, 왼쪽 손목 위에 큐를 놓아 브리지 삼았다. 처음엔 강하고 정확한 스트로크를 구사할 수 없었지만, 이런 방식으로 맹연습을 거듭한 그는 이제 거의 과거 기량을 되찾았다.

김 씨는 강원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양손을 잃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당구를 다시 칠 수 있으면 다른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당구에 몰두했다”라며 “경기력을 어느정도 회복하고 나니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때 잘나가던 음식물쓰레기 폐기업체 CEO부터, 노점상, 외판원, 당구장 영업 등 안 해본 일이 없다는 그는 지난 2011년 건강 문제로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화천에 왔다. 건강을 회복한 그는 다시 당구장을 찾았다. 화천에서 최초의 당구동호회를 창단했다.

김 씨는 “당구를 아직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나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스포츠”라며 “당구 경기출전을 통해 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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