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전자에게 있어 중국으로 주요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고민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 등 헤게모니까지 중국에 넘겨줄 수 없는 만큼 한국과 중국을 각각 고부가가치 제품과 보급형 제품 생산 기지로 역할을 분리해 운영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 하겠습니다.”
최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케이디씨 본사에서 만난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사진>은 대화가 시작하기 무섭게 바른전자가 꿈꾸고 있는 ‘차이나 드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바른전자는 해외 고객사의 계속된 물량 공급 증대 요청 및 화성공장의 설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년전부터 중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 입지를 놓고 수년간 검토해왔다. 그 결과 최적의 입지로 장쑤(江蘇)성 다펑(大豊)시를 선정, 지난 7월말부터 공사에 착수했다. 김 회장은 “세제 감면이나 토지 제공과 같은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지난 2013년 1년간 중국 내 10여개 경제개발구를 오가며 협상을 벌여왔다”며 그간 고민의 과정을 설명했다.
메모리반도체 4개 생산라인, 월 2000만개의 생산 규모를 지닌 중국공장은 이르면 오는 12월 완공, 생산에 들어간다. 바른전자는 향후 1개 라인을 추가해 월 2500만개 규모로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중국공장이 완공될 경우 바른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업계에서 ‘톱(TOP)3’ 회사로 단숨에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한국 화성공장도 향후 연구ㆍ개발(R&D) 조직을 더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역할을 맡도록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른전자에게 중국 시장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은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저용량 보급형 스마트폰의 보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저임금이란 요소만 생각했다면 삼성 등 국내 대기업이 이미 진출한 베트남에 새로운 생산 라인을 건설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10년을 전후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중국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그 때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미리미리 현지화에 성공해야만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바른전자는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이미 수년에 걸쳐 중국 내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중국 시장의 특징은 주요 제품의 수요 및 공급을 자국에 생산설비가 없는 회사에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생산기지 착공은 중국 시장의 부상에 대비하는 바른전자의 고심이 묻어있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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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전자는 이번 중국공장을 건설하는데 계열사인 케이디씨의 ‘3D 프린팅 건축’이란 신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3D 프린팅 건축 공법은 공장에서 부품을 만들어 조립하는 형식으로 작업이 진행되는 만큼 기존 콘크리트 건축물에 비해 비용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며 “공장 건물과 같은 단층건물의 경우 안전성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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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 이외에도 바른전자는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사물인터넷(IoT) 관련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바른전자는 ‘비콘’ 관련 기술을 이용한 IoT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유아용품 및 보일러 등에 해당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지난해 30억원 수준이던 IoT 관련 매출은 올 연말이면 100억원, 내년이면 2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IoT 시장은 비록 빠르진 않지만 5~10년간 연간 22%씩 서서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바른전자는 무선 리모컨 통신모듈을 생산ㆍ납품하던 실적을 바탕으로 쌓은 IoT 기술을 기반으로 더 많은 제품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간 5%씩 성장하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는 달리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신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