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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엔 도서관, 밤엔 PC방…‘알뜰 피서족’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서울 동대문구 3층짜리 주택 옥탑방에 2년째 자취하는 대학 3학년 성모(25)씨는 지난 6일 밤 11시 50분께 방을 뛰쳐나와 노트북을 옆구리에 끼고 집앞 대학 운동장을 향했다. 스마트폰 온도계 앱으로 재보니 옥탑방 온도는 30도를 웃돌았다. 성씨는 “너무 더울 때는 PC방 가서 에어컨 바람이 가장 잘 들어오는 자리에 1시간 정도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몸을 식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새벽 2시까지 바람이 잘 부는 운동장 귀퉁이에 앉아 ‘미드’를 보다가 돌아왔다.

더위가 절정을 이루면서 찜통 같은 집안을 벗어나 저렴하게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장소에서 머무는 폭염 피신족(族)도 생겨나고 있다. 에어컨이 없거나 전기세가 염려되는 이들이 피서와 외출을 겸해 공짜 찬바람이 나오는 곳을 찾아내 무더위를 보내고 있다.

경기 일산동구의 주부 전모(33)씨는 5살 난 딸의 손을 잡고 지난 4일 인근 시립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한낮 더위를 피하려면 에어컨을 계속 틀어야는데 비용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책도 읽힐 겸 열람실을 찾았다고 한다. 전씨는 “도서관으로 피신한 엄마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거나 전화통화를 크게 하는 등 거의 커피숍 같은 분위기라 민망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이달에도 낮에 딸과 도서관에서 보내며 여름을 버틸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 소재 한 시립도서관 관계자는 “7월 이후 무더운 날이면 주부와 아이들로 어린이열람실 등이 아주 떠들썩하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 아파트 주민 이모(40ㆍ여)씨 부부는 지난달부터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아이들을 데리고 집앞 놀이터에 나가는 일이 잦다. TV와 조명 등 생활기기의 열기로 꽉찬 집안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1시간 정도 놀이터 옆 평상으로 피신하는 것이다. 똑같은 이유로 마실 나온 이웃이 여럿이라 캔먹주도 마시고 담소를 나눈다. 이씨는 “아이들도 이웃 형들과 뛰어놀다 샤워를 하고 나면 잠을 설치지 않아 좋다”며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늦어졌지만 당분간 후텁지근한 밤에는 이렇게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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